대기업이 줄줄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 ‘대마불사(大馬不死)’ 신화도 이젠 끝났다는 느낌이다. 경기가 언제 좋아질지, 한숨 뿐이다.
경제는 참으로 복잡하다. 정치가 삐끗해도 경제가 망가지고, 기업이 실수하거나 금융이 미숙해도 경제는 금방 앓기 시작한다. 마치 먹이 사슬로 연결된 생태계처럼 어느 하나의 결과가 다른 것에 영향을 끼친다.
오늘 소개할 광고는 바로 브라질 크로락스사의 ‘먹이 사슬’ 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시리즈로 제작된 이광고는 개구리 한 마리가 ‘먹고살기 위해 일자리 구함’ 이란 카드를 들고 있는 첫편으로 시작됐다.
후속편에는 각각 식충식물(食蟲植物·벌레를 잡아먹는 식물)과 개미핥기가 등장했다. 이들도 물론 ‘일자리 구함’이란 카드를 들고 있다. 과연 무슨 광고이길래 이런 희한한 모습을 보여줄까?
이 광고가 알리고자 하는 것은 다름아닌 ‘살충제의 뛰어난 효과’다. 광고 아래쪽에는 ‘어떤 벌레도 남기지 않습니다’란 조그만 슬로건과 SBP라는 뿌리는 살충제 제품이 보인다. 즉, 벌레를 먹고 사는 동물들이 살충제 때문에 먹고 살기가 어려워져 일자리를 구한다는 기발한 발상이다. 광고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 가장 먼저 충족시켜야 할 조건은 바로 소비자의 눈에 띄는 것.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아무리 좋은 메시지가 담겨 있어도 광고가 눈에 뜨이지 않으면 아무 효과도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광고는 성공작이다.
사실 아이디어의 결과만 보면 별거 아니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남보다 먼저 그런 생각을 끌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제품에서 벌레로, 그리고 그 벌레를 먹고 사는 동물들에게로 눈을 돌리는 사고의 유연성이란! 여러번 보아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민호(Lee&DDB 카피디렉터·amour@leedd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