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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연해주 진출 농민 한석구씨

입력 | 2001-06-04 22:11:00


대조영(大祚榮·?∼719)이 7세기에 칼로 일군 발해의 옛 땅을 충북의 농민이 쇠스랑으로 일구겠다고 나섰다.

청원군 내수읍의 농민 한석구(韓奭求·62)씨.

그는 동료 농민 3명과 함께 북방 진출을 위해 ‘발해농업’이라는 회사를 차린 뒤 러시아 연해주 뽀그라니치니의 농지와 임야 2만2000여㏊를 2억6000여만원에 영구 임대하기로 하고 지난달 말 현지 루비노브카 농장측과 가계약을 맺었다.

고교 교사를 지내면서 틈틈이 농사를 지어온 한씨는 3년전 명예퇴직을 한 뒤 본격적으로 농사에만 매달려온 늦깎이 농민. 임대 농지와 임야 가운데 40%는 그의 지분이다.

옛 발해의 땅인 연해주 지역에는 현재 10개 안팎의 국내 단체나 기업 등이 진출해 농사를 짓고 있지만 순수 농민으로는 이번이 처음.

한씨는 충북대 북방농업컨설팅센터측의 도움을 받아 현지를 여러 차례 방문해 이미 토양 조사까지 마친 상태. 올 여름 작물을 시험 재배한 뒤 내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농사를 지을 예정이다.

한씨는 콩 버섯 참외 수박 종묘 약초 등 작목과 사슴 1000여마리를 키워 100% 현지에서 판매한다는 계획.

북방농업컨설팅센터 성진근교수는 “이 지역은 농지 임대료가 싼데다 인건비도 1인당 월 100달러로 저렴하고 중국 옌볜이나 북한 주민들을 활용할 경우 비용을 더 낮출 수 있어 경제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씨는 “농사짓는 일 못지 않게 고구려를 계승하려는 의식이 뚜렷했던 발해의 땅을 일군다는 설레임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연해주에는 핫산(合山) 우수리스크(雨水里) 등 많은 지역이 발해때 사용하던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