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상선 3척이 우리 영해를 무단 침범해 제주해협을 통과하고 이중 청진2호(1만3000t급)는 4일 오전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가로질러 북상한 데 이어 오후에는 또 다른 북한 상선 1척이 서남해 영해를 침범해 우리 해군과 해경의 저지작전에도 불구하고 제주해협으로 밀고 들어왔다.
이에 따라 군 당국의 소극적 대응과 정부의 북한 선박에 대한 제주해협 무해통항권 인정 방침에 대한 적절성 여부를 둘러싸고 군 내부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중국에서 고열탄 8560t을 싣고 출항한 북한상선 대홍단호(6390t)는 4일 오후 3시15분경 소흑산도 서남방 18㎞ 지점에서 “제주해협을 통과해 청진으로 가겠다”며 영해를 침범했다.
이에 해군과 해경 경비정 등 5척이 출동해 대홍단호의 제주해협 진입을 막기 위한 근접 기동작전을 벌였으나 대홍단호는 오후 9시반경 제주해협으로 진입해 동쪽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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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참 관계자는 “대홍단호 이외에도 공해상에는 수많은 북한상선이 우리 영해기선 근처를 맴돌고 있어 이들이 일시에 밀고 들어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우려했다.
이에 앞서 청진2호는 4일 오전 5시10분경 서해 소청도 서남방으로 80㎞ 가량 떨어진 해상에서 해주쪽으로 우회한 뒤 11시5분경 백령도와 연평도 사이 NLL을 가로질러 북한 해주항으로 들어갔다. 북한 선박이 서해 해상에서 북쪽으로 항해하면서 NLL을 넘기는 처음이다.
정부는 앞으로도 북측의 사전통보 및 허가요청이 있을 경우 북한 상선의 NLL 통과를 사안별로 허용할 방침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그동안 해상 군사분계선으로서 NLL을 사수해 온 군의 입장과 정면 배치되는 데다 이날 북한 상선이 통과한 항로는 99년 북한이 일방 선포한 해상분계선과 일치해 정부의 결정과 그 절차 등을 놓고 군 일각에서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이번 북한 상선의 영해 침범에 대응하는 군의 작전이 소극적 조치로 일관한 데는 남북관계 진전 가능성에 매달린 정치적 판단 때문이었다”며 “군이 이처럼 정치논리에 휘둘린다면 설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4일 오후 임동원(林東源) 통일부장관 명의로 북한 김용순(金容淳) 아태평화위원장에게 보내는 대북 전통문을 통해 유사사태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남북간 해운합의서를 조속히 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국방부는 이날 유엔군사령부 비서장 명의로 북측에 전화통지문을 보내 북한상선의 영해침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의했고 북한은 이를 수령했다.
북한은 청진2호와 대흥단호 등 북한 상선들이 잇따라 우리 영해를 침범한 사실에 대해 4일 밤까지 침묵으로 일관했다.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