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역시 죽음의 조였다. 시즌전 예상대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는 각팀마다 치열한 접전을 벌이며 죽음의 조라는 악명을 확실히 증명하고 있다. 다만 한가지 빗나간 점은 샌디에이고의 돌풍. 지구 최하위가 유력시되던 샌디에이고가 의외의 선전을 펼치고 있어 판도 변화를 더욱 더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6월이 시작되는 현재 지구 최하위를 차지한 팀은 샌프란시스코. 그러나 록키스는 5할 승률에서 단지 2게임 부족할 뿐이고 지구 선두와도 7게임밖에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다.
지난주 애리조나가 파죽의 9연승을 질주하며 지구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LA 다저스도 안정된 투수진을 앞세워 애리조나를 위협하고 있고 한때 지구선두 자리까지 차지했던 샌디에이고는 지난주 다소 부진한 성적을 올려 하위권으로 처진 상태.
배리 본즈의 홈런포가 연일 불을 뿜고 있는 샌프란시스코는 지난주 지구라이벌 애리조나에게 연패를 당한 충격으로 최하위까지 추락했다. 리반 에르난데스, 제프 캔트가 부진에서 아직 회복하지 못한 것이 큰 원인.
한때 지구 최하위와 선두와의 게임차가 2-3게임에 불과했으나 최근 애리조나의 상승세와 나머지 팀들의 부진으로 현재는 7게임차까지 벌어져 있다. 그러나 어느 팀이라도 한번 연승 분위기를 타면 단숨에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분위기여서 시즌 마지막까지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2. 맥과이어, 홈런포 가동
맥과이어가 돌아왔다. 그리고 복귀전에서 홈런포를 터트리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무릎 수술 후유증으로 올시즌 1달반 이상을 결장했던 맥과이어는 지난주 29일 밀워키 전에서 선발 1루수와 2번 타자로 출장하며 본격적으로 출장한 준비를 갖췄다. 2번 타순은 맥과이어의 메이저 경력 사상 처음있는 일.
맥과이어는 첫타석에서 병살타를 기록하며 체면을 구겼지만 3회 두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치며 타격감을 조율한 뒤 세번째 타석인 6회에는 선두타자로 등장해 상대 선발 폴 리그돈의 2구째를 잡아당겨 좌측 펜스를 넘어가는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올시즌 2호째이자 통산 556호째 홈런.
루키인 알버트 푸홀스의 맹타로 맥과이어의 공백을 별로 느낄 수 없었던 세인트루이스지만 맥과이어가 복귀하며 본격적인 출장이 가능해지면서 푸홀스-짐 에드먼즈-맥과이어-J. D. 드류로 이어지는 라인업이 한층 더 위력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3. 누가 우리를 막을 것인가?
시카고 컵스의 12연승 그리고 시애틀 매리너스의 9연승. 시카고와 시애틀이 거칠것 없는 상승세를 타며 각 지구에서 선두 자리를 질주하고 있다.
먼저 시카고 컵스. 사실 5월초 시카고가 지구 1위자리를 지킬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컵스의 전력이 애초부터 지구 최하위권으로 예상됐기 때문에 잠시 반짝하는 돌풍으로 여겨지는 분위기였다.
그 이후 컵스는 8연패를 당하며 리그 하위권으로 추락했고 많은 사람들은 이제야 컵스가 자기 자리로 되돌아간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컵스는 8연패 후 12연승을 거두는 괴력을 보이며 세인트루이스를 따돌리고 다시 지구 선두로 뛰어올랐다. 12연승을 올시즌 메이저리그 최고의 기록.
시애틀의 상승세도 여전히 대단하다. 지난주 8연승 포함 불과 52경기만에 40승 고지에 올라서며 시즌이 아직 절반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지구 우승이 확정됐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 오히려 사람들은 1998년 기록한 뉴욕 양키즈의 단일시즌 최다승 기록 경신 여부에 관심을 갖고 있다.
스즈키 이치로의 변함없는 활약에 애런 실리, 사사키를 필두로 하는 투수력이 뒷받침되면서 시애틀은 무적함대에 가까운 절대적인 전력을 자랑하고 있다. 올시즌 8연승만 벌써 3번째. 특히 무엇보다도 연패를 당하지 않는 것이 시애틀의 무서운 점. 올시즌 시애틀은 2연패만 2번 있을 뿐 단 1번도 3연패 이상을 당한 적이 없다.
지난주 시작된 올스타전 투표에서 이치로(외야수 부분 2위), 에드가 마르티네스(지명타자 부분 1위)가 많은 지지를 받으며 올스타전 출장이 유력시되고 있는 것은 좋은 팀성적에 따른 보너스. 애런 실리와 사사키도 올스타 선정 가능성이 높아 시애틀은 올시즌 자신의 홈구장에서 열리는 올스타전에서 최고의 축제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4. 감독 수난 시대
지난주 플로리다의 존 볼스 감독과 몬트리올의 펠리페 알루 감독이 전격 해임됐다. 이로써 올시즌 메이저리그는 래리 로스차일드(템파베이), 자니 오츠(텍사스)에 이어 벌써 4명의 감독이 해임되는 불상사를 맞고 있다.
지난주 29일 플로리다 구단은 팀을 4년간 지휘했던 존 볼스 감독을 해고하고 명예의 전당 멤버인 토니 페레즈를 임명했다. 볼스 감독은 선수들의 신뢰를 잃어버리면서 해임됐다. 지난 27일 이미 불펜 투수인 댄 미첼리가 감독을 비난하는 발언을 하며 파문을 일으킨지 이틀만에 벌어진 조치.
볼스 감독은 98시즌부터 본격적으로 플로리다 감독 생활을 하며 통산 205승 241패의 성적을 남기고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됐다.
몬트리올의 정신적인 지주인 펠리페 알루 감독의 해임은 다소 의외. 6월 첫째날 몬트리올은 팀을 9년간이나 지휘해왔던 알루 감독을 해임했다. 이유는 성적 부진. 몬트리올은 당시(6월 1일) 21승 32패를 기록하며 리그 최하위에 머물고 있었다.
알루 감독은 지난 99시즌을 앞두고 LA 다저스가 끈질리게 영입을 추진했던 인물. 그러나 당시 알루는 팀과의 의리를 중시해 몬트리올에 잔류했었다. 도미니카 출신의 알루감독은 탁월한 지도력으로 선수들로부터 큰 존경을 받고 있는 흑인 감독이다.
표면상은 성적 부진을 이유로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구단주인 제프리 로리아와의 알력 때문인것으로 보인다. 로리아 구단주는 팀을 인수할 당시부터 알루 감독의 지도력에 대해 큰 신뢰를 보이지 않았었다.
5. 존 스몰츠, 재기의 첫 승
3번의 도전만에 드디어 성공. 스몰츠가 지난주 29일 벌어진 몬트리올과의 홈경기에서 6.2이닝동안 8안타 2실점의 호투를 선보여 올시즌 첫승리를 기록했다. 지난 1999년 이후 1년반 만에 기록한 감격적인 승리.
이날 스몰츠는 승리를 확정짓는데 많은 기다림을 겪었다. 경기가 비로 인해 2차례나 중단되는 등 1시간 43분이나 연기되었고 더구나 게임의 내용도 마지막까지 알수 없는 박빙의 승부였다.
5회까지 안타 1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이 3-1로 리드,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스몰츠는 7회 선두타자인 리 스티븐슨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한 뒤 2사후 마이클 바렛에게 적시타를 얻어맞고 마이크 램링어에게 마운드를 맡긴체 내려왔다. 애틀란타는 램링어에 이어 존 로커가 게임을 마무리, 8회까지 펼쳐진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스몰츠의 첫승을 지켜주었다.
그렉 매덕스, 탐 글래빈이 예전같이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캐빈 밀우드가 부상으로 올시즌 출장이 불투명하는 등 막강 투수진에 큰 구멍이 생긴 애틀란타 입장에서는 스몰츠의 재기가 마치 가뭄에 단비와도 같은 존재로 무척이나 반가운 일일 것이다.
6. 커트 실링과 배리 본즈
지난주 최고의 화제는 애리조나의 선발 투수 커트 실링이었다. 실링은 지난 27일 벌어진 샌디에이고와의 경기에서 8회 1사까지 퍼팩트 경기를 펼쳐 99시즌 데이빗 콘에 이어 2년만에 퍼팩트 경기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벤 데이비스에게 번트안타를 허용,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데이비스의 번트 안타는 그 이후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으며 많은 화제거리를 양산시켰다.
실링은 아쉽게 퍼팩트 게임을 놓치기는 했지만 6월 2일 다시 만난 샌디에이고전 전에서도 승리투수가 되며 내셔널리그 투수중 최초로 9승 고지에 올라섰다. 애리조나 입장에서는 선발진이 줄부상을 당한데다가 랜디 존슨의 부진까지 겹쳐 실링의 활약이 아니었더라면 지구선두자리를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또다른 화제의 인물은 샌프란시스코의 거포 배리 본즈. 최근 들어 절정의 홈런 파워를 뽐내고 있는 본즈는 5월 한달동안 17개의 홈런을 쳐내며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수립했다.
현재까지 게임에서 29개의 홈런을 기록, 평균 1.8게임당 1개의 홈런을 쳐내고 있는 본즈는 이 페이스를 계속 유지한다면 지난 98년 마크 맥과이어가 세운 단일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가볍게 뛰어넘어 메이저리그의 새역사를 장식할 것으로 기대된다.
7. 6월 첫째주 프리뷰
시즌이 시작된지 벌써 2개월이 지나갔다. 미네소타의 돌풍, 시애틀의 초강세, 배리 본즈의 매서운 홈런포 등 많은 화제거리를 양산한 메이저리그는 어느새 6월달로 접어들었다.
이번주는 각지구 1, 2위 팀끼리의 맞대결이 줄줄이 예정되어 있어 많은 팬들의 눈과 귀를 붙들 것으로 보인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경기는 중부지구 선두자리를 놓고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미네소타와 클리블랜드의 맞대결. 이두팀은 같은 지구에 속해 있지만 올시즌 처음으로 맞대결을 펼친다. 현재 미네소타가 0.5게임 차이로 근소하게 앞서고 있어 이번 시리즈 결과에 따라 많은 변화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주 12연승을 기록한 시카고 컵스는 지구 2위팀인 세인트루이스와 3연전을 펼친다. 컵스에 3.5게임 뒤져있는 세인트루이스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일전.
또한 지구 1, 2위팀인 애리조나와 LA 다저스도 오는 화요일부터 4연전을 펼친다. 더구나 박찬호가 첫번째 경기인 5일(한국시간) 경기에 선발등판이 예정되어 있어 잘만하면 김병현과의 한국인 투수끼리의 맞대결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김용한/동아닷컴 객원기자 from0073@dreamx.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