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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이부부의 세계 맛기행]중국 닭요리의 진수 '규화계'

입력 | 2001-06-05 17:44:00


전세계적으로 닭 같이 만만하고 우리 식탁을 즐겁게 하는 동물은 없는 것 같네요. 힌두교도들은 소를 안먹고, 이슬람교도들은 돼지를 안먹지만 닭 안먹는다는 이야기는 못들어본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여행을 하면서 가장 자주 만나는 요리가 '치킨' 요립니다. 동남아로 건너온 뒤론 힌두교, 이슬람교를 믿는 지역이 많아 더 그렇더라구요. '치킨 수프' '치킨 바베큐' '치킨 햄'까지! 닭으로 한 요리는 정말 거의 다 먹어본 것 같습니다.

네발 달린 건 책상 빼고 다 먹고, 날아다니는건 비행기 빼고 다 먹는다는, 중국에서 맛있게 먹은 닭고기 요리가 생각납니다. 다양한 요리법을 구사하는 중국의 면모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규화계(叫化鷄)'라는 요리를 소개할까 합니다.

상해 근처에 있는 아름다운 운하의 도시 소주(蘇州)에서 최고로 유명한 요리중의 하나랍니다. '닭을 통째로 쪄서 먹는다'는 이 요리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땐 우리도 코웃음을 쳤죠. 우리나라도 널린 게 통닭집, 삼계탕집이잖아요. 하지만 중국은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더군요.

음식이 나올 때부터 그 모양이 범상치가 않았습니다.

종업원 언니는 카트에 큰 흙덩어리, 나무 망치, 큰 가위 하나씩을 들고 나왔습니다. 점잖은 식당에 이게 웬 엽기적인 도구들이랍니까.





"너, 너, 닭? 나 망치야! "

그리고는 사정없이 내려쳐야했습니다.





진흙덩어리가 빠개질 때까지...








처참히 빠개진 진흙덩어리 사이로 연꽃잎으로 포장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내더군요.






이번엔 준비된 큰 가위. 사정없이 그 포장을 쩍 가르고, 안에 들어있는 고깃덩어리를 역시 가위로 열십자로 쩍쩍 잘랐습니다.





한편의 컬트무비를 보는 듯한 장면을 연출하고 나서야 드디어 접시에 이쁘게 담겨진 한 마리의 닭을 만났습니다.

하지만 하도 처참하게 갈라져 닭인지 뭔지 얼핏 봐선 모를 정도였습니다. 의심은 마세요. 젓가락으로 살짝 헤집어보면 고이 잠든 닭의 머리가 통째로 들어가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으니까요.

사진으로 봐서 대강 눈치채셨겠지만, 이 엽기적인 요리의 조리법은 이렇답니다. 먼저 닭의 배를 가른 후 표고버섯,목이버섯 그리고 장조림 같은 고기 약간 그리고 각종 양념을 집어넣고 연꽃잎으로 돌돌 말아쌉니다. 그리고 나서 진흙으로 주위를 싸서 한참동안 훈증해내는 것이지요.

이렇게 갖은 양념과 좋다는 재료가 듬뿍 들어간 닭은 또 얼마나 맛있는지요. 그냥 팔다리,어깨 무릎 할 것없이 여기저기 뜯어먹었는데 육질이 굉장히 부드러우면서도 이상하게 하나도 퍽퍽하지 않고 촉촉하더라구요. 그야말로 입에 짝짝 달라붙는다는 표현이 딱 맞습니다. 간장간이 적당히 되어 있으니 그냥 뜯어먹어도 되구요, 같이 나오는 짜장 소스에 찍어먹어도 되는데, 맛도 맛이지만 한마리를 통째로 뜯어먹는다는 뿌듯함에 덩달아 배가 부른 그런 요리더라구요.

서로 많이 먹겠다고 한마디 대화도 없이 젓가락질에만 열중하고 있는데, 짓궂은 홍대리가 설마담에게 살짝 그놈의 머리를 보여줍니다. 거기서 저 설마담, 젓가락 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졌답니다.

☞ 어디서 먹나요?

[규화계] 소주의 대표 음식 중의 하나인 규화계는 중국 각지의 소주 요리를 하는 큰 식당에서 만나볼 수 있답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원조에서 먹는 것이 최고겠지요? 소주의 유명한 식당은 거의 대부분 소주 최고 번화가인 관전가의 뒷길, 대감롱(大監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규화계를 하는 곳도 있고 안하는 곳도 있으니 입구에서 물어보고 들어가세요. 참, 소주에서 가까운 항주에는 이것과 비슷한 요리인 규화동계(叫化童鷄)라는 것이 있는데 말그대로 '어린닭(병아리?)'으로 만드니 '규화계'보다 더 엽기적일지도...

가격 : 중국돈으로 80원, 우리 돈으로 약 만 이천원!

치킨 수프 홀짝거리며 그때를 그리워하는 꿈틀이부부

글을 연재하다보니 네티즌 여러분께서 도대체 설마담과 홍대리가 뭐하는 '작자'들이야 하고 궁금해하신다는 반응을 알게 됐습니다. 아래와 같이 두 사람의 프로필을 소개하오니 어여삐 봐주시어요.

홍대리는요..

본명 : 홍성만

서른을 갓 넘긴 홍대리는 4년간 회사생활을 충실하게(!) 해온 술마시기 좋아하고 사람만나기 좋아하는 평범한 샐러리맨이었습니다. 맘 좋고 뜻 맞는 마누라 만난 덕에 바가지 모르고 편히 살아 배만 남산만하게 나왔지요. 3년 부은 적금 만기가 돌아오자 과감히 사표를 내던지고 이번 여행을 기획한 장본인이기도 하구요.

설마담은요..

본명 : 설윤성

이제 내년이면 서른을 바라보는 설마담은 이것 저것 딴생각과 욕심이 많은 아줌마입니다. 회사 잘 다니다가 불쑥 공부하겠다고 늙은 학생이 되어 뒤늦게 고생하고 있는 것도 그렇구요. 하지만, 엉뚱한 남편 붙잡지는 못할지언정 덩달아 맞장구치고 전재산 털어 떠날 만큼 용감한 아줌마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꿈틀이부부

회사 입사동기로 신입사원 연수 시절에 눈이 맞아 사내커플로 결혼을 했더랬습니다. 남들과 다를바 없는 평탄한 결혼생활을 영위한 지 2년여, 집에서 '꿈틀꿈틀' 대며 도통 움직이기를 싫어해서 "꿈틀이부부"가 되었지요. 이젠 '크게 한번 움틀해보자'는 신념으로 이제까지 함께 부은 적금을 털어 이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꿈틀이부부의 발길을 따라가는 맛있는 세상을 만나보세요.

꿈틀이부부 tjdaks@netsg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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