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코트에서 30대는 황혼기로 불린다. 한창 때인 10대 후반과 20대가 판을 치고 있어 이들과 맞서려면 체력이 달리고 힘에 부치기 일쑤.
하지만 올해 만 31세인 안드레 아가시(미국)는 마치 나이를 거꾸로 먹는 듯이 보인다. 한참 어린 후배와 풀세트 접전을 치러도 끄떡없다. “승부를 떠나 상대보다 절대로 더 지치지 않는 게 내 목표”라는 게 아가시의 얘기. 특별한 보약이라도 먹었을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가시는 약골이었다. 1m80의 키에 몸무게는 65㎏ 정도에 머물렀던 탓. 뒷심 부족에 허덕이던 그는 체중을 10㎏ 이상 불렸고 현재 77㎏까지 끌어올린 상태. 강도 높은 웨이트트레이닝과 함께 몸에 살이 붙으면서 쉽게 지치지 않았다. 그 덕분인지 최근 벌어진 8개 메이저대회에서 4승이나 올리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5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프랑스오픈(총상금 1000만달러) 남자단식 4회전. 3번 시드의 아가시는 20대 중반인 16번 시드 프랑코 스키야리(25·아르헨티나)에게 3시간 만에 3-2(4-6, 6-2, 6-4, 1-6, 6-0)로 역전승했다. 올 호주오픈에 이어 메이저 2연승을 노리는 아가시는 8강에 올라 홈코트의 희망 세바스티앙 그로장(프랑스)과 준결승 진출을 다툰다.
이날 아가시는 첫 세트를 먼저 내줬고 세트 스코어 2-1로 앞선 4세트에서는 단 1게임만을 따낸 채 다시 빼앗겨 위기를 맞는 듯했다. 하지만 5세트 들어 급격히 체력이 떨어진 스키야리를 거세게 몰아붙여 1게임도 내주지 않고 승리를 결정지었다. 경기가 끝난 뒤 스키야리는 아가시의 엄청난 스태미나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호주의 샛별’ 레이튼 휴이트는 이틀에 걸친 4시간12분의 마라톤 대결을 펼친 끝에 아르헨티나의 기예르모 카나스를 3-2로 힘겹게 누르고 8강에 합류했다. 휴이트는 준준결승에서 시즌 4승을 거둔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스페인)와 맞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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