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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E&B클럽]'맞춤 커리큘럼' 짜기

입력 | 2001-06-05 18:36:00

레포츠센터에서 발레연습을 하는어린이들의 깜찍한 모습.


아이들이 ‘배움의 길’로 접어드는 것은 유치원 들어갈 때부터라고 한다. 하지만 ‘배움의 틀’이 형성되는 것은 그보다 훨씬 전, 엄마가 아니면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이건 뭐야?”라는 질문을 수없이 해대는 때가 아닐까 싶다.

그 호기심을 어떻게 충족시켜 줄 수 있을까. 부모의 제한된 상식과 지식으로 넘겨버릴 수도, 흔한 교육교재에 맡겨둘 수도 없다. 좋은 프로그램, 전문 교육기관의 훌륭한 선생님, 그리고 부모가 삼위일체(三位一體)가 돼야 한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역할이라는 걸 일깨워준 작은 ‘사건’이 작년 봄 일어났다. 외동딸 우경이가 네 살 되던 해였다. 유치원에 들어간 지 두 달쯤 지났을까. 잘 적응한다 싶었는데 갑자기 “다니기 싫다”며 울고불고 난리였다. 규칙이 너무 많고 엄격하다는 것이다. 결국 중도 하차하고 말았다.

너무 귀하게 키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또래 아이들을 키우는 주변 친구들에게 바쁘게 다이얼을 돌렸지만 ‘재수’, ‘삼수’가 보통이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과 옷이 따로 있듯이 아이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엄마라고 믿고 이 때부터 세상에 하나 뿐인, 우경이만을 위한 커리큘럼을 짜기 시작했다. 아이의 관심분야에 맞춰 교육과정을 짠다는 것은 그 자체가 즐거움이었다.

먼저 사고력 창의력 사회성 활동성 등 아이에게 심어주고 싶은 분야를 적어나간 뒤 분야별로 가장 효과적이고 재미있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찾는다. 예컨대 사고력을 길러주는 데는 과학교실, 사회성은 동화읽기 클럽, 활동성은 태권도… 하는 식이다.

굳이 비싼 돈들이지 않아도 모래장난, 수족관 구경, 그림책 읽기, 동요 부르기, 색종이 찢기, 밀가루 반죽 등 일상활동 역시 훌륭한 교육과정이 된다.

아이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백화점이나 스포츠센터, 교육문화시설의 유아 및 어린이 강좌를 한두 개 정도 끼워 넣는 것이 ‘맞춤 커리큘럼’의 내용을 풍부하게 할 수 있어 좋다.

이들이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수영, 미술, 종이접기, 태권도, 영어동화 등은 기본이고 공작교실, 바이올린, 요들송, 바둑, 구연동화, 스피치, 발레, 검도, 리듬체조, 뮤지컬영어 등 매우 다양하다.

대부분 학원 단과반처럼 한 강좌만 골라 들을 수 있으며, 석 달에 5만∼10만원 수준이어서 비용도 크게 부담되는 정도는 아니다.

반드시 각 기관의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강의 내용이나 강사의 경력 등을 따져봐야 한다. 다음엔 아이와 함께 공개수업에 들어가보는 것이 좋다. 아이가 평소 관심을 갖는 분야이고, 실제 수업을 보고 재미있어 하면 실패할 걱정은 거의 없다.

저렇게 작을 수도 있나 싶은 수영복을 입고 폼 나게 물살을 헤치고, 커다란 거울 앞에서 앙증맞게 뒤뚱거리는 아이들을 보고 현혹되면 자칫 기성복에 아이를 맞추는 우(愚)를 범하기 쉽다.

정옥희씨(37·서울 서초구 서초3동) Oki.Chung@geahk.ge.com

▽약력

△서울대 경영대 졸업. 한국은행 씨티은행 근무. 현 GE캐피탈 이사

△삼성전자에 다니는 남편과 딸 하나(우경·5)

△“일밖에 모른다”는 딸의 불평을 달래려 휴가 때마다 가족과 함께 여행. 육아정보를 얻기 위해 틈나는 대로 웹서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