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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화제/마라톤]"여자마라톤 홀대 너무합니다"

입력 | 2001-06-05 18:43:00


국내 여자 마라톤이 국제대회 출전조차 외면당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최근 대한육상경기연맹은 8월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여자마라톤의 기대주 윤선숙(29·도시개발공사)의 출전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내부 방침을 확정했다. 2시간20분대에 진입하지 못해 하위권에 머물 게 틀림없는 마라톤 선수 1명을 출전시키는 것보다 트랙이나 필드에서 유망한 선수를 출전시키는 게 더 ‘투자 가치’가 높다는 게 그 이유다.

윤선숙은 3월 2001동아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32분09초를 기록해 세계선수권에 출전할 수 있는 A기준 기록(2시간33분)을 무난히 통과한 뒤 한 달 전부터 용평에서 하루 40∼50㎞가 넘는 맹훈련을 하고 있다.

육상연맹측은 세계선수권은 경험을 쌓는 대회가 아니라 그야말로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자웅을 겨루는 대회인데 20∼30위권에 머물 선수를 출전시켜 여론의 질타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마라톤 관계자들은 여자마라톤의 발전을 저해하는 근시안적인 발상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그렇지 않아도 남자마라톤에 비해 ‘홀대’받고 있는 여자마라톤이 기준기록까지 통과한 선수를 출전시키지 않는다면 더욱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 것이 자명하다는 것. 무엇보다 세계선수권 출전을 위해 땀 흘린 윤선숙을 포함해 이를 지켜본 다른 선수들도 크게 실망할 것이며, 이는 결국 여자마라톤 발전을 크게 저해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마라톤 관계자들은 99세비야세계선수권에서 북한의 정성옥이 월계관을 썼고 지난해 시드니올림픽에서 일본의 다카하시 나오코가 금메달을 따내는 등 아시아권 선수들이 주가를 높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선수들도 충분히 상위권 입상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 83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제1회 대회부터 여자 선수는 한 번도 출전시키지 않았다. 반면 남자선수는 2회 대회인 87년부터 매번 출전시키고 있다.

한편 마라톤 강화위원회는 이봉주(삼성전자)와 김이용(상무) 등 남자 3명과 윤선숙을 파견하는 안을 연맹에 제출했다. 연맹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마라톤 파견선수 명단을 확정할 예정이다.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