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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뜨겁다/北 영해침범 이후]北 '전략상 후퇴' 대화 나설듯

입력 | 2001-06-05 19:00:00


북한 상선들의 제주해협 무단통과 움직임이 진정 기미를 보인 5일 정부 당국자들은 일단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번 사건이 ‘정전체제하의 남북관계’라는 특수성과 ‘무해(無害)통항권을 인정하는 국제법’의 교차선상에 자리하고 있어 적절한 대응책을 찾기가 쉽지 않아 속앓이를 해왔기 때문이다.

▽북측 태도변화의 징후〓정부는 일단 북측이 대화로 이번 사건 해결에 나설 뜻이 있음을 감지했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강력한 대응을 천명한 임동원(林東源)통일부장관 명의의 대북 전통문을 4일 전달한 이후 북측의 긍정적 반응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남측이 대북 전통문을 전달할 때 북측은 이를 접수할 의사를 밝혔고, 근무 마감시간인 오후 4시를 넘긴 오후 4시 4분에 전통문을 받아갔다는 것. 이는 남북관계가 원만할 때 북측이 보여 온 태도라는 설명이다.

또 북한은 이날 오전 군사정전위 비서장 접촉 제의도 바로 수용했다. 3일 오전 1차 제의시 북측이 “영해 침범 사실이 없다”며 접수를 거부한 것과는 태도가 달랐던 것.

▽북측 의도와 정부의 향후 대응〓정부는 북측 상선의 영해침범 사건이 항로 단축이라는 경제적인 목적 외에도 정치·군사적인 고도의 전략에서 추진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특히 미국 공화당 정부의 대북 강경 기류를 의식한 북한이 남한을 상대로 남한의 정권 교체 이전에 무해통항권 확보 등 보다 많은 실리를 챙기려 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부는 유사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일단 대북 접촉을 제의해 놓고 있다. 우선 북한 상선의 북방한계선(NLL) 침범에 대해서는 군사정전위를 열어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점을 따질 계획이다. 또 북한 민간선박의 제주해협 통과문제는 남북 당국간 회담을 통해 해운합의서를 체결하는 방식으로 해결점을 모색할 방침이다.

한편 서울의 한 외교소식통은 “이번 사건은 북한 김일철(金鎰喆) 인민무력부장의 작품으로 군부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의도”라고 말했다. 미 공화당 행정부에 대해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북한 군부가 북-미대화를 앞두고 일종의 ‘시위’를 했다는 것이다.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