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외국산 수입 철강이 미국 철강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전면적으로 조사하라고 미 국제통상위원회(ITC)에 지시했다.
미국이 자국 철강업계 보호를 명분으로 수입 철강에 대한 본격제재에 나설 경우 관련제품의 대미(對美) 수출 의존도가 큰 한국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정부는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대미 철강수출국과 공동대응하는 한편 본격적인 한미 통상마찰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이달 중 미국에 통상사절단을 보내는 등 강온 양면의 대책 마련에 나섰다.
부시 미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상원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나는 외국의 불공정한 무역관행이 미국 철강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ITC에 74년 제정된 공정거래법 201조에 따라 미국에 들어오는 모든 철강에 대해 전면적인 조사를 벌이도록 했다”고 밝혔다.
ITC는 외국의 덤핑 등에 의해 미 철강업계가 피해를 보았다고 판단되면 관세인상과 수입물량 제한 조치 등을 건의하며 미 행정부는 ITC의 건의를 바탕으로 수입철강에 세이프가드(safeguard·긴급수입제한조치)를 취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현재 미국의 철강수입 시장 점유율은 EU 25%, 캐나다 19%, 일본 11%, 멕시코 8.2%, 한국 7.1%, 러시아 3% 등이다. 미국 철강업계는 “저가(低價)의 외국산 철강 수입으로 18개 미국 업체가 법원에 파산을 신청하고 98년 이후 일자리가 2만개나 줄어드는 등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며 반덤핑 규제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해왔다. 반면 미 자동차업계 등 철강을 많이 소비하는 업종에선 철강 가격의 인상을 우려해 수입철강에 대한 관세인상과 물량제한에 반대하고 있다.
美의원들 "철강조사 환영"
한편 한국정부는 9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철강위원회 및 세계 철강시장 워크숍에 대표단을 보내 미국의 철강수입규제 움직임의 부당성을 지적할 방침이다. 또 일본 EU 등과 미국의 철강수입규제 조치에 공동대응하고 미국이 한국산 철강에 대해 규제조치를 실제로 취하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기로 했다. 한국정부는 이와 함께 이달 24∼28일 장재식(張在植) 산업자원부장관을 단장으로 하고 관계부처 및 관련업계 대표 50여명으로 구성되는 대규모 통상사절단을 미국에 파견키로 했다. 통상사절단은 미국 정부와 의회 관계자를 만나 양국간 통상현안에 대한 한국측 입장을 설명하고 재계 대표들과 한미재계회의도 가질 예정이다.
또 외교통상부는 미국정부와의 대화를 강화하기 위해 이달 중순 서울에서 ‘한미 통상현안 점검회의’를 갖는 데 이어 제15차 한미경제협의회를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서울에서 개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sckim007@donga.com
▼세이프가드▼
긴급수입제한조치(safeguard). 특정상품의 수입량이 갑자기 크게 늘어 국내 산업과 경제여건에 심각한 피해를 줄 우려가 있을 때 수입을 일시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