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컨페더레이션스컵 프랑스-멕시코전이 열린 3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는 경기 전 국제축구연맹(FIFA) 감독관과 한국 대회관계자 사이에 설전이 오갔다. 이유는 한국 관계자가 자신의 ID카드로는 출입할 수 없는 곳에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이번 대회에 발급된 모든 ID카드에는 출입할 수 있는 지역이 명시돼 있는데 이 관계자는 이를 무시한 것.
이를 지켜본 한 축구협회 관계자는 “수원과 대구에서도 ID카드에 명시된 출입지역을 벗어나 심지어 선수들의 라커룸까지 들어가려다 적발되는 등 이와 비슷한 일이 종종 벌어졌다”고 전했다.
이번 대회 경기를 유치한 도시 중에는 FIFA가 승인하지 않은 광고판을 경기장 내에 설치하려다 FIFA와 갈등을 빚은 곳이 있다. 이 도시는 “경기장은 우리 시의 소유인데 왜 FIFA가 경기장 내 시설에 대해 간섭하느냐”며 축구협회 직원들에게 따졌다는 것. 또 식전행사를 놓고 FIFA와 신경전을 벌인 곳도 있었다. 경기 전 그라운드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 경기 시작 60분 전에 모든 행사를 마쳐달라는 FIFA의 요구에 경기시작 30분 전까지 행사를 하겠다고 고집했다는 것.
이 같은 실수는 모두 이번 대회를 FIFA가 관장하고 FIFA가 주관하는 대회의 경우 경기장내 시설물 설치는 물론 경기장 내 행사도 FIFA의 규정을 따라야만 한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빚어졌다.
비록 이번 대회는 이 같은 실수가 그냥 넘어갔지만 내년에 벌어지는 월드컵 때는 용납되지 않는다. 심지어 각국 언론사 기자들의 자리까지도 FIFA가 직접 지정해 주는 월드컵의 경우 FIFA 규정을 따르지 않을 경우 경기장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 즉 국내에서 통용(?)되는 로컬 룰(local rule)을 고집하다가는 국제적 망신을 초래할 수 있는 것.
축구협회 관계자는 “이번 대회를 유치한 세 도시는 월드컵을 앞두고 산 경험을 했을 것”이라며 “내년 월드컵을 치르는 다른 도시도 이들 세 도시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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