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무령왕릉 발굴에 참여했던 지건길 국립중앙박물관장(사진). 그에게 이 발굴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온통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제대로 하면 몇 달이 걸려도 모자라는 발굴인데, 12시간만에 내부조사를 마쳤으니 뭐라 말할 수 있겠습니까. 사실, 많은 것을 놓쳤습니다.”
과연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까.
“저는 당시 말단 조사원이었지만 발굴 참가자로서 책임을 느낍니다. 좀더 패기가 있었더라면 삼불(김원룡의 호)선생님께 고언을 올리고 만류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러나 발굴단원 모두 당황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어쨌든 그 대단한 역사적 발굴을 그렇게 아쉽게 끝냈다니….”
지 관장은 당시의 열악한 보존처리 여건으로 인해 유물 처리가 미비했던 점에 대해서도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무령왕릉 발굴의 실수와 경험은 좋은 약이 됐다. 그 덕분에 1973년 경주 천마총은 신중하고 치밀하게 발굴할 수 있었다.
발굴 당시 28세의 청년이었던 지 관장은 이제 고고학 분야의 맏형이 되었다. 맏형으로서 후배들에게 조언을 빠뜨리지 않았다.
“좋은 유적을 발굴했으면 그에 걸맞게 백제 고고학이 괄목할만한 성장을 했어야 하는데, 연구 성과는 좀 주춤했던 게 사실입니다. 백제 연구자들은 이를 반성하고 발굴 30주년을 계기로 연구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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