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 밥 안 먹는단 말이야.”
김서정씨(31·서울 마포구 합정동)는 끼니때마다 큰딸 지윤이(4)와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밥을 먹기 시작한 이후 지윤이는 겨우 몇 숟가락, 그것도 맨밥만 먹는다. 또 입안에 음식을 넣고도 한참 동안 삼키지 않거나 조금만 먹어도 토한다. 한자리에 앉아 있지 못해 돌아다니며 먹고 금세 배가 부르다고 음식을 멀리 한다. 우유 고기 생선 등 다른 음식을 잘 먹는 것도 아니다.
밥을 잘 안 먹으니 또래보다 몸무게가 적게 나가고 감기 등 잔병치레가 많다. 요즘엔 변비까지 생겼다. 김씨는 ‘밥을 잘 먹게 만드는 비법이 없을까’ 고민하고 있다.
밥을 잘 먹지 못하는 것은 주로 소화기의 기능이 떨어질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의학에서는 비위(脾胃·지라와 위)의 기능이 떨어지면 소화 기능이 약해지는 것으로 본다. 특히 날씨가 더운 여름에는 비위 기능이 떨어지기 쉽다.
비위의 기능이 태어날 때부터 약하면 얼굴빛이 누렇고 윤기가 없으며 또래에 비해 체중이 적게 나간다. 이때는 백출죽을 권할 만하다. 백출은 한방에서 널리 쓰이는 약재로 비위의 기능을 활성화하는 작용이 있다. 백출 4∼8g을 30분 정도 달인 물로 죽을 쑤면 된다.
평소에 식사를 잘하고 건강하다 갑자기 먹지 않는다면 일시적으로 체해서 비위의 기능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손발이 차고 이마에 미열이 있으며 대변이 좋지 않으면 체했다고 봐야 한다. 이때는 산사차나 산사죽이 매우 효과적이다. 산사는 위장의 운동을 촉진시켜 체기를 풀어주는 매우 좋은 약재이기 때문이다.
또 복부 마사지도 비위가 약한 경우에 매우 효과적이다. 예부터 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호소하면 ‘엄마 손이 약손’이라는 주문을 반복하며 배를 어루만져주곤 했는데 이는 비위의 기능을 돕는 데 매우 좋은 방법이다. 복부에 손을 가볍고 올려놓고 시계방향으로 크게 원을 그리듯 부드럽게 만져주는 것이 요령. 건강한 사람이 따뜻한 손으로 마사지하는 것이 좋다.
비위가 약한 아이들은 신경이 예민한 경우가 많아 항상 푸근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며 부모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정현석(함소아한의원장)www.hamso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