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종이 다시 반등의 선두로 나섰다. 이유는 자일링스(Xilinx)라는 주문형반도체(PLD) 생산업체의 실적 전망에서 비롯됐다.
대부분의 기술주들, 특히 컴퓨터와 관련있는 기업들은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월가에 퍼지면서 과연 언제쯤 실적이 회복될 것인가에 큰 관심이 몰려있는 상태였다. 4월부터의 주식시장의 반등은 이러한 실적 회복이 하반기엔 가능할 것이란 예상에서 비롯됐으며 최근 발표되는 경기 지표들이 간간이 이런 전망을 뒷받침해주며 주가 반등을 이끌었다.
그러나 이달부터 본격화 될 2·4분기 기업실적 전망 발표 시기를 맞아 주식시장에는 폭풍전야와 같이 거래가 한산해지며 극도로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하반기 실적 회복이 있을지라도 당장 이번 분기 실적이 악화된다면 주가도 악영향을 피할 수 없으리란 걱정 때문이었다.
역시 예상대로 지난 주 선 마이크로시스템즈와 같은 컴퓨터 회사와 반도체 업종인 알테라사 등이 이번 분기 실적 악화를 경고해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되는 과정에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실적 전망을 공개한 자일링스사는 기술주들의 고전에도 불구하고 실적 전망치를 하향조정하지 않고 기존의 실적 전망을 고수한다는 발표와 함께 점차 고객들의 주문이 회복되고 있으며 주문 취소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고 밝혀 실적 회복 전망에 큰 힘을 보탰다.
기존의 실적 전망이 이번 분기 매출액이 줄어드는 것이었기 때문에 호재라 할 수 없겠지만 주문이 5월을 기점으로 바닥을 벗어나고 있다는 발표는 결정적으로 희망을 주는 내용으로 해석됐다.
특히 이날은 산업생산성 지표가 8년만에 최악을 기록하고 공장 수주도 예상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는 등 경제 회복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수치들이 대거 쏟아졌지만 기업실적에 대한 관심이 증대된 상황이라 경제 지표 보다는 기업 실적 호전이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
최근 비관적인 분석가들은 하반기 실적은 더욱 악화될 것이며 어쩌면 내년 하반기까지도 경제회복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들을 내놓고 있었기 때문에 자일링스사의 이러한 전망은 낙관론자들에게 큰 힘을 주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지지선을 모두 잃어버린 다우지수와 나스닥시장의 회복세가 앞으로도 지속될지는 이번 주말 실적 전망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반도체 업계의 맏형격인 인텔사의 발표 내용에 달려있다 하겠다.
(삼성증권 뉴욕법인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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