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그 나이엔 빨치산이 뭔지도 몰랐어요. 다만 내가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상대가 나를 죽인다는 인식만 있었죠. 그게 바로 전쟁이고 비극이었죠.”
현충일인 6일 육군 예비역 중위 송석호씨(71·서울 송파구 잠실동)는 전쟁의 와중에서 보냈던 자신의 젊은 날을 씁쓸한 웃음과 함께 회고했다.
1948년 조선경비대(국군의 전신)에 자원입대한 뒤 63년 제대하기까지의 온갖 사연으로 점철된 송씨의 참전 회고록이 아들 영민씨(40)에 의해 인터넷 사이트(www.koreanhero.com)에 띄워져 네티즌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다.
회고록은 △모병입대 △공비토벌 △동부전선 출동 △두만강을 앞에 두고 △통한의 1·4후퇴 △중공군 포로가 되다 △인민군 부분대장 한명근을 만나다 △탈출 그리고 명예회복 등 모두 8장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는 특히 인민군 경험과 군법회의(군사법원의 전신)를 통해 이등중사로 명예회복 되기까지 한 개인의 아픈 역사가 담겨 있다.
극한적 이념대립 속에서 치열한 생존 투쟁을 치러야 했던 한 인간의 진솔한 이야기이면서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송씨의 회고담은 공감을 얻고 있다.
“63년 군대에서 떼밀리듯 제대한 뒤 건설현장 등에서 일하며 어렵게 살아왔지요. 97년 뇌경색으로 쓰러진 후 지난날을 되돌아보니 아무 것도 남은 게 없다는 생각에 회고록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 관련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영민씨는 자식의 도리이자 참전용사에 대해 사회적으로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에서 사이트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뇌가 썩어 들어가는 병’ 때문에 언행이 부자연스럽지만 항상 활동적으로 소일거리를 찾아 나서며 손자들과 보내는 시간을 삶의 유일한 낙으로 알고 살아간다는 송씨는 “우리 세대가 겪은 고통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그것을 잊지 말아야 하는데…”라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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