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발동을 위한 실태조사를 요청함에 따라 한국 철강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 조치가 발동될 경우 큰 타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국내 철강업계에 미칠 영향〓세계 6위의 조강생산국인 한국은 작년에 미국에 235만t, 10억3200만달러 어치의 철강을 수출했다. 이는 미국 철강수입량의 7.1%로 4번째 수출국이다. 미국이 작년 3월 한국산 탄소강관에 대해 세이프가드 조치를 발동한 후 대미(對美) 수출이 83% 가량 줄어든 사례가 있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미국이 주요 수출국의 대부분 철강제품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럴 경우 대미 수출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유럽시장으로 몰려 가격이 하락하고 경쟁이 치열해져 한국 업계도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산 철강제품은 현재 미국으로부터 14개 품목, 19건의 수입규제를 받고 있다. 규제내용별로는 반(反)덤핑 관세가 12건, 상계 관세가 5건, 세이프가드가 2건이다. 품목은 탄소강 용접강관 스테인리스앵글 철근 후판 아연도금강판 등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통상법 201조를 발동해 97년 이전 3년간 기준으로 수입쿼터를 묶을 경우 한국 철강재의 대미 수출은 지난해보다 42%, 100만t이 줄어들 것으로 한국철강협회는 예상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대미 수출이 급증하고 있는 냉연 강관 철근 등 품목이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과의 통상 현안과 대책〓이번 조치는 부시 대통령이 ‘강한 미국’을 지향하는 통상정책을 펴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통상당국과 관련 업계는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4월 말 발표한 스페셜301조(지적재산권 보호) 연례 재심결과에서 한국을 우선감시대상국(PWL)으로 유지했다. 또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보조금 서비스 무역 등 정책과 법령에서 주의 깊게 관찰할 국가로 분류했다. 이 밖에도 △자동차 △농산물 △현대전자 회사채 신속인수 △의약품 등이 현안으로 부상돼 있다.
통상당국과 업계는 미국에 통상사절단 파견 등을 통해 주요 인사와 만나거나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측 방침을 설명할 계획이다. 또 특정사안에 대해서는 항의서한을 보내고 미국 현지 변호사를 통해 공청회에서 부당성을 지적하기로 했다. 이해(利害)가 함께 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일본 유럽연합(EU) 등과 공동대응할 방침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한미간 통상 현안이 통상 마찰로 비화되지 않도록 긴밀한 대화와 협의를 통해 원만하게 해결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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