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박상천(朴相千)최고위원은 5일 국회 연설에서 “정치불안이 사회불안과 경제불안으로 이어지고 있고, 정치불안은 집권을 위한 무한투쟁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박위원의 발언은 야당인 한나라당을 겨냥한 것이겠지만 사회불안과 경제불안의 근원인 정치불안의 보다 큰 책임은 민주당을 포함한 집권측에 있다고 해야 옳다.
따라서 오늘의 국정 위기를 풀어나가려면 무엇보다 시국에 대한 ‘내 탓 먼저’의 책임의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13일로 예정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국정쇄신책 발표는 대단히 중요하다. 꽉 막힌 여야(與野) 관계가 숨통을 트느냐 마느냐도 우선은 그 내용에 달렸기 때문이다.
시국을 보는 여야의 인식과 해법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그러나 국정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점에는 공감한다. 그렇다면 여야가 만나 진지한 토의와 타협을 통해 난국타개의 해법을 이끌어내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것은 마땅하다. 그것이 정치이고 원래 그 마당은 국회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국회가 보스중심의 정당으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한 우리의 정치현실을 감안한다면 여야 총재가 만나 큰 틀의 합의를 이뤄내는 것은 필요하다.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6·15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된 지 1년이 다 돼 가지만 남북간 실질적 화해협력의 구체적 성과물은 별것이 없다. 오히려 남남(南南) 갈등이 남한사회의 불안요인으로 더해진 측면마저 없지 않다. 노사 문제는 노동자의 격렬한 시위로 악화되고 있으며 가뭄에 물가고가 겹쳐 민생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렇듯 경제불안과 사회갈등이 심화되고 있는데도 여야는 오직 차기 정권을 잡기 위한 정쟁(政爭)에 몰두하고 있지 않느냐는 데 국민은 걱정하고 분노하고 있다.
여야 총재는 만나서 이러한 국민의 걱정과 분노를 덜어줄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만나고 나면 더 틀어지곤 하던 저간의 영수회담 식이라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성과 있는 만남을 위한 사전 조율과 신뢰 조성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저쪽이 먼저 요청해오면 검토해보겠다’며 서로 버티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 지금은 체면 싸움을 벌일 때가 아니다.
거듭 말하지만 여야는 오늘의 난국을 풀 수 있는 합의를 구해야 한다. 그것을 위해 여야 총재는 가능한 한 빨리 만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