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철강수입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safe guard) 발동을 검토하라고 지시함으로써 세계철강업계에 파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통상법 201조에 따른 세이프가드 발동은 ITC의 실태조사를 거쳐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내린다. 이번 경우에는 연말쯤 그 가부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이 이같은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 조사를 지시한 것은 LTV스틸을 비롯한 미국의 주요 철강회사가 무더기로 도산하는 등 철강업계가 붕괴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ITC는 이에 따라 앞으로 한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브라질 등 15개 대미(對美) 철강 수출국들과 직접 접촉해 미국의 철강산업에 대한 ‘가해 여부’를 조사하는데 부시 대통령의 직접 지시인 만큼 세이프가드 발동을 건의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 부시 대통령의 이번 지시는 정당치 못하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부시 대통령은 ‘철강산업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한 대처’라고 말하고 있으나 미국의 철강산업이 무너지고 있는 것은 외국의 불공정한 무역관행 때문이 아니라 미국 업계 자체가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은 철강산업의 구조조정 비용을 다른 나라로 떠넘기려 한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이 그같은 수입 규제조치를 취할 경우 국제 철강시장의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미국이 오로지 자신의 국익만 좇는 독선적 행동을 한다면 세계지도국이라 할 수 없다.
한국의 미국 철강수입시장 점유율은 약 7%로 EU 캐나다 멕시코 일본 등과 함께 주요 철강 수출국에 들어간다. 그러나 작년 미국 시장에 240여만t(약 9억8000만달러)의 철강을 수출한 한국은 이미 14개 철강제품 품목이 수입규제를 받고 있어 이번에 다시 규제를 받게 되면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현재 수출하고 있는 물량의 40% 이상이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등 문제가 심상치 않다.
정부는 대미 통상교섭을 더 강화해 우리의 철강산업 실정과 철강수입규제의 부당성을 미국측이 분명히 인식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일본 EU 등 주요 관련국들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국제적인 공동 대응방안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