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풍(整風) 운동’에 대한 민주당 초재선 의원들의 시각과 태도는 저마다 다르다. 특히 정동영(鄭東泳) 최고위원을 비롯한 12명의 초재선 의원들이 5일 다시 모임을 갖고 인적 쇄신을 거듭 촉구하고 나선 것을 계기로 분파(分派)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 김중권(金重權) 대표에 대한 시각차, 초재선 그룹 내 주도권 경쟁, 정치적 목표의 차이 등 복합적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쇄신모임〓5일 모임을 가진 초재선 의원들은 ‘쇄신모임’(가칭)이라는 이름으로 지속적인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히고 있다. 모임 대변인인 임종석(任鍾晳) 의원은 6일 “5일 모임에는 개인사정으로 안나왔지만 송영길(宋永吉) 문석호(文錫鎬)의원 등이 참여할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18명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순수하게 당정쇄신을 요구하는 것뿐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다른 당 관계자들은 정 최고위원이 제기한 ‘최고위원 총사퇴론’으로 미뤄볼 때 조기 전당대회를 통한 당권 장악이 정풍운동의 ‘숨은 그림’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쇄신모임 내부에서조차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은 것 같다.
정동채(鄭東采) 의원은 “순수한 의도의 모임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라면 나라도 말리겠다”고 말했다. 또 이호웅(李浩雄) 의원은 “간사와 대변인을 뽑는 등 조직화 조짐이 있어 저지 노력을 하고 있다”며 “결국 조직화한다면 모임에서 빠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고민은 수적으로 소수라는 점. 당초 내부 역량을 키운 뒤 6월 중순 ‘거사(擧事)’를 할 계획이었으나 안동수(安東洙) 전 법무부장관 인사파동으로 거사시기를 앞당기면서 세 확대가 미흡했다는 모임 내부의 평가도 있다.
▽세력화 반발세력〓당정쇄신 요구에는 적극적이나 쇄신모임의 세력화에는 반대하는 그룹이다. 김성호(金成鎬) 이재정(李在禎) 이호웅 장성민(張誠珉) 정범구(鄭範九) 의원 등이 그들로, 모두 김중권 대표와 가까운 사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들은 “대변인과 간사를 뽑고 계속 모임을 갖는다는 것은 정치 결사체로 가는 것이라는 오해를 사고 쇄신운동의 순수성을 해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의원은 “쇄신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의원들의 생각은 ‘동교동계는 안된다. 동교동계가 당권을 장악하면 설자리가 없어진다. 전당대회를 조기에 열어 당권을 장악해야 한다. 다음 공천은 김 대통령이 하지 못한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며 쇄신모임의 정치적 의도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냈다.
김민석(金民錫) 의원도 방법론상의 문제를 제기하며 쇄신모임과 완전히 선을 그은 상태.
▽관망하는 다수〓88명의 민주당 초재선 의원 중 대다수는 아직 관망하고 있다. 이들이 쇄신모임의 손을 들어줄지 여부가 정풍 운동의 향배를 가름할 것으로 당내에서는 보고 있다.
이들 중 재야 출신과 수도권·충청·강원지역 출신 의원들의 동향이 관심의 초점.
김희선(金希宣) 이창복(李昌馥) 의원 등 재야출신 의원들은 쇄신모임에 심정적인 동조자로 꼽힌다. 김 의원은 “나도 기회가 있으면 (쇄신모임에) 같이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수도권 의원 30여명과 강원 충청 출신 의원 9명도 정치상황에 따라서는 쇄신모임의 원군(援軍)이 될 수 있는 그룹으로 분류되고 있다.
반면 호남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은 대부분 동교동계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유철(元裕哲) 이희규(李熙圭) 의원 등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을 지지하는 그룹도 비슷한 처지.
동교동계 초재선 의원들은 물론 쇄신모임을 강력히 비난하고 있으나, 문희상(文喜相) 설훈(薛勳) 의원 등 한화갑(韓和甲) 최고위원과 가까운 의원들은 비교적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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