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증권 집단소송제도를 시행한다고 발표하자 소액투자자와 기업 사이엔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소액주주로서는 집단소송을 통해 부실한 경영으로 입은 손해를 보상받을 수 있게 된다. 반면 기업들은 “현실을 무시한 무리한 정책”이라며 “여러 소송사건에 시달리면 정상적인 경영이 불가능해져 오히려 주주에게 손해가 될 우려가 크다”며 극력 반대하고 있다.
집단소송제 도입 찬반론
찬성론
반대론
소액·다수 선의의 피해자 구제 가능
기업활동 위축 초래
소송비용 절감
소송 남용 가능성
규제완화에 따른 소비자피해 방지
기존 민사소송법 체계와 상충
국내기업 경쟁력 제고
시기상조론
경영투명성 장치 보완
다른 제도로 경영투명성 및 지배구조개선 추진
위법행위에 대한 사전예방 효과
미국 등 일부 국가만 시행
자료:한국증권연구원
증권거래법상 손해배상소송 가능분야
분 야
관련 법조항
유가증권신고서와 사업설명서의 허위 기재
14조, 16조
공개매수신고서의 허위 기재
25조의3
사업보고서 반기보고서 분기보고서의 허위 기재
186조5항
내부자의 미공개정보 이용행위
188조3항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행위
188조5항
합병신고서의 허위 기재
190조2항
선의의 투자자에 대한 감사인(회계사)의 배상책임
197조
자료:증권거래법상 손해배상 규정
▽자산 2조원 이상 상장법인 대상〓재정경제부는 증권집단소송 적용 대상을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인 상장 대기업으로 한정했다. 2000년 6월말 기준으로 자산이 2조원을 넘는 회사는 증권거래소 상장 82개사로 상장기업 중 11.6%에 해당한다. 코스닥 기업은 제외됐다.
진념(陳稔) 경제부총리겸 재정경제부장관은 “덩치 큰 상장회사부터 단계적으로 넓혀 나갈 것이며 ‘내가 이 자리에 있는 한’ 내년부터 반드시 실시한다”고 못박았다.
▽증권투자자, 어떤 피해 구제 받나〓투자자들은 기업이 허위 공시(公示)를 하거나 분식회계를 했을 경우 집단소송을 낼 수 있다. 소송에서 이기면 소송에 참가하지 않은 다른 주주들도 일괄적으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소송인원은 최소 20명 이상 또는 50명 이상, 100명 이상 등에서 합리적인 수준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집단소송을 낼 수 있는 대표적인 유형은 회사가 상장할 때 내는 유가증권신고서나 사업설명서를 가짜로 낸 바람에 이를 믿고 투자한 사람들이 손해를 봤을 때. 또 기업 인수합병(M&A) 등을 위해 증시에서 공개매수를 할 때 신고서나 영업실적 보고서 등을 가짜로 작성했을 때도 해당된다.
정부는 제도도입 후 시기를 봐가면서 △내부자가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얻은 경우 △시세조종으로 선의의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준 경우 △감사보고서를 가짜로 만들었거나 중요한 사실을 의도적으로 빠뜨려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 경우 △합병 분할 영업양수도신고서를 허위로 기재한 경우에도 소송 대상으로 검토한다는 것이다.
▽대기업 ‘시기상조론’ 주장〓전경련은 정부의 집단소송제 강행방침이 현실을 무시한 성급한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지금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소송사건이 제기될 것”이라며 “소송에 비용과 노력을 들일 경우 기업 경영활동이 얼어붙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미국의 경우 이 제도를 놓고 ‘합법적인 공갈수단’이라는 비판이 있으며 시행직후 기업들이 소송 때문에 ‘미칠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재계는 또 기업 구조조정이 진행중이고 기업들이 대응할 준비가 아직 안 돼 있으므로 대상과 시기 방법 등을 신중히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 왜 밀어붙이나〓재경부와 청와대는 앞으로 대기업정책의 중심을 ‘투명경영’과 ‘지배구조 개선’에 무게를 두기로 했다. 당국은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투명경영으로 인한 주가상승분이 30∼40%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외국인의 대(對)한국투자 규모도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money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