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에 사는 이모씨(43)는 올해초 남편이 갑자기 입원하는 바람에 200만원이 급하게 필요했다.
음식점 종업원으로서 ‘큰 돈’을 마련하지 못해 애를 태우던 그는 길거리에서 우연히 본 ‘광고전단’을 보고 사채업자를 찾아갔다. 선이자 30만원을 떼고 170만원을 한달동안 빌렸다. 한숨 돌리기는 했지만 한달 뒤 170만원을 갚지 못해 연체이자 70만원을 포함해 270만원을 갚으라는 협박에 시달렸다.
이씨의 고생은 소비자금융에 대해 잘 몰랐던 탓이다. 신용불량자가 아니어서 캐피털회사나 상호신용금고에서 담보를 내지 않고도 신용으로 200만원 정도는 빌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금융감독원의 도움을 받아 근처에 있는 신용금고에서 대출을 받아 사채를 갚았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4월에 사채를 쓴 뒤 빚독촉 등을 받은 피해사례중 42%는 신용불량자가 아니었다. 사채시장에 가지 않더라도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있는데도 잘 몰라 사채를 썼다는 말이다.
이런 와중에 은행이나 보험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사람들이 급전을 구할 수 있는 소비자금융이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신용대출 시장은 218조원으로 99년(115조원)보다 88.9%나 늘어났다. 신용카드의 현금서비스가 136조원으로 62%나 차지했다. 캐피털회사의 소액신용대출도 급증하고 있는 추세. 한국은 현재 개인의 신용을 전문적으로 조사하는 기관이 없고, 신용정보도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
개인의 신용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없다보니 약1600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무신용자’로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소비자금융은 이런 무신용자들에게 신용을 부여하고, 금융을 이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가고 있다.
한편 소비자금융시장의 선두주자인 삼성캐피탈은 소비용자금이 아니라 서민들에게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생활자금을 지원한다는 뜻으로 ‘생활자금융’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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