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도야 울지마라’로 더 유명한 신파극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의 여주인공 홍도의 이름은 어디서 나왔을까. 1937년 이 연극이 처음 공개될 당시 주인공을 맡았던 차홍녀의 이름 가운데 자에서 따왔다. 그렇다면 홍도의 오빠 철수는? 역시 당시 철수역을 맡았던 황철에게서 따온 이름이었다.
황철. 그는 해방정국까지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배우’라는 찬사를 들었던 인기배우였다. 당시 ‘삼천리’ 잡지에서 실시한 인기조사에서도 그는 압도적 표차로 1등을 했다.
9일부터 시작하는 KBS2 새 주말드라마 ‘동양극장-바람과 별의 노래’는 우리나라 초기 연극사를 수놓았던, 그러나 이념문제로 잊혀졌던 대중스타들을 부활시킨다.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지금의 문화일보 자리에 1935년 세워진 동양극장은 민간인 손으로 지어진 최초의 연극전문 극장이었다. 전속극단을 2, 3개씩 두고 배우 작가 스텝 전속제를 실시하면서 연중무휴에 전국 순회공연까지 펼치며 최고 인기를 누렸다.
드라마는 동양극장의 전성기가 배출한 기라성같은 스타들의 열전이다. 황철(이재룡), 차홍녀(이승연),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의 천재작가 임선규(권해효), 그의 부인이자 ‘조선 제일 미녀’소리를 듣던 영화배우 문예봉(정선경), 동양극장의 사장인 홍순언(김병세)과 그의 부인이자 조선 최초의 서양무용가 배구자(박지영) 등등.
이들 중 황철과 문예봉 등은 해방정국 당시 월북했고 이후 북에서 인민배우 칭호를 들었다. 이 때문에 남한에서는 이들의 과거 행적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금기시 됐다.
연출을 맡은 김종창 PD는 “이데올로기를 뛰어넘어 잊혀진 우리의 연극사를 재조명하는 ‘통 큰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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