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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 방한 또 무산될듯…준비위 "정부서 난색"

입력 | 2001-06-07 18:32:00


‘16일이 마지노선.’

달라이라마 방한 준비위원회(집행위원장 박광서 서강대 교수)가 초조하다.

이 위원회는 최근 늦어도 16일까지 달라이라마에 대한 비자발급 여부를 밝혀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 위원회가 인도 다람살라의 티베트 망명정부와 협의하고 있는 달라이라마의 방한기간은 7월 중순. 한달전인 이달 16일까지 비자발급 여부가 결정되지 않으면 외교관례상 이번 방한은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놓이게 된다.

박광서 집행위원장은 최근 기자회견을 갖고 그동안 비공개로 진행된 정부와의 물밑협상 과정을 밝혔다. 그는 “올 2, 3월까지만 해도 방한일정까지 거론할 정도로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던 정부가 5월을 전후해 불교계 핵심 일부 인사들의 반대의견을 내세우더니 최근 이를 빌미로 사실상 불허의 뜻을 전달해왔다”고 말했다.

달라이 라마의 방한을 반대하는 불교계 핵심인사는 누구일까. 의혹의 눈길은 서정대 조계종 총무원장에게 쏠렸다.

그는 지난해 “달라이라마가 오면 최소한 10억원의 시주금이 빠져나간다” “경제도 안좋은데 중국과의 관계를 어렵게 할 필요가 있느냐”며 수차례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최근에는 중국정부가 6월 하순으로 일정을 잡아 정대 스님 등 조계종 간부를 국빈자격으로 초청, 중국정부가 직접 회유작업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증폭시켰다.

정대 스님도 이런 의혹을 불식시키려는 듯 5일 박광서 위원장을 만나 “오해받을 수 있는 시점에 중국에는 가지 않겠다”며 “정부가 그동안 ‘좀 참아달라’는 메시지를 보내와 잠자코 있었더니 이런 식으로 가다간 나에게 모든 책임이 쏠리겠다”고 밝혔다.

위원회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불교계의 일부 반대 의견도 알고보니 정부의 입김이 직간접적으로 작용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냐”며 다시 정부쪽의 책임을 거론하고 있다.

위원회는 14∼16일 중 대통령 면담을 요청하는 한편 11∼16일 1주일 동안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108배 릴레이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정부는 달라이라마의 방한을 허용해 중국이 반발하면 대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가 타격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미국 부시 대통령과 달라이라마의 만남으로 중국의 신경이 날카롭다는 점 등을 고려해 좀처럼 방한 허용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