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임권택 감독(66)은 ‘휴대폰의 달인?’
임 감독은 조선후기 화가 장승업의 일생을 다룬 영화 ‘취화선(醉畵仙)’으로 생애 98번째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 연출부 스태프가 임 감독의 문자 메시지를 자주 받는다는 것이다.
새 영화를 준비중인 태흥영화사 관계자는 “모든 일에 뜸을 들이면서 더듬더듬 하기로 소문난 감독님이라 문자메시지가 처음에는 놀라고 신기하게 생각됐다”고 말했다. 임감독은 1년전 문자 메시지 사용법을 배워 이제는 문장도 길어지고 속도도 아주 빨라졌다는 후문이다.
임감독은 “이게(문자 메시지) 상대방이 자고 있어 깨우기 미안하거나 전화받기 곤란할 때 무척 편리하다”고 말했다.
또 달라진 게 있다. 40년 가까운 그의 영화 인생에서 처음으로 ‘춘향뎐’의 스크립터였던 정경진씨(32)를 여성 조감독으로 맞아들였다.
임 감독은 “90년대이후 영화계에서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현장의 거친 분위기를 이겨내는 능력을 두루 갖춘 여성 인력이 크게 늘었다”며 “유능하니까 당연히 함께 작업을 한다”고 말했다. 임 감독 연출부는 혹독한 감독 수업으로 유명하다. 임 감독 밑에서 감독 수업을 받은 사람들 중 곽지균 김영빈 김홍준 김대승 임상수 김의석 감독 등이 중견 또는 주목받는 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다.
임 감독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영화박물관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임권택 감독 회고 영화제’에 참가하기 위해 5일 출국했다. 임 감독이 비행기를 타기 직전 그에게 전화를 걸어 기자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그럼 솜씨를 좀 발휘하겠다”고 답변했다. 30초쯤 지났을까. ‘삐리릭∼’ 신호음에 이어 ‘…칸영화제의 경쟁 부문이 아니고 감독 영화제여서 가슴 졸이지 않아 편합니다!’라는 장문의 메시지가 들어왔다. ‘!’까지 붙어서.
영화에 대한 임 감독의 집념과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 노력하는 그의 모습이 동시에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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