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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대북정책]美-日-中 전문가의 평가

입력 | 2001-06-07 18:47:00


▼조엘 위트(브루킹스 연구소 연구원)

부시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검토한 뒤 북한과 대화를 재개키로 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북-미 관계엔 앞으로 최소한 6개월은 큰 진전이 없을 것 같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자세는 협상용이 아니라 기본적 전략이다. 이 같은 전략에서 출발, 긍정적 결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다.

또 북한에 제네바 합의 변경과 미사일협상 검증, 재래식 군비 문제 등을 한꺼번에 제기한 것은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대한 대가로 북한에 제재완화 등을 언급했지만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제외시키는 것은 북한에 큰 실익이 안된다. 북한은 대화재개에 회의적인 자세를 보일 것이며 늦게 반응할 것이다. 부정적으로 나올 수도 있다.

미국이 지난해 10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방북 이후 점진적으로 대화 채널을 낮춰왔기 때문에 하위 레벨 대화 제의에도 북한은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북-미 관계는 북한이 아주 절박해지거나 한국이 미국에 대해 대북관계개선 압력을 가하지 않는 한 진전이 어렵다.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안남았기 때문에 앞으로 북-미 관계 진전이 김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돕지는 못할 것이다.

▼케네스 퀴노네스(전 국무부 북한담당관)

부시 대통령의 대북 대화 재개 결정은 전 행정부의 포용정책을 지속하고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존중한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북한의 재래식 무기 문제와 미사일에 대한 검증 문제를 언급한 것은 새로운 일이다. 북한이 반응을 보이는 데는 1∼2주 정도 걸릴 것 같다. 북한이 대화에 빨리 응하는 약점을 보이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화 레벨은 뉴욕 채널로 예상되나 북한은 그 레벨에선 북-미 관계가 후퇴하지, 진전은 안된다고 생각해 망설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90년대 초 북한 핵 위기 전에 북한과 하위급에서 대화를 시작해 진전이 있자 고위급 회담을 가졌다. 이번 대화 재개 방침은 그때 방식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의 제안은 건설적이지만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제네바 합의가 이행 안된 상태에서 북한이 재협상에 응할지 불분명하다. 미국은 재협상과 검증을 강조했을 뿐 새로운 것은 아무 것도 제시하지 않았다. 이는 서울에도 좋은 소식은 아니다. 김대중 정부는 시간을 잃고 있다.

▼스즈키 노리유키(鈴木典幸·라디오프레스 이사)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의사를 표명했다는 것만으로도 한반도 긴장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한다. 그동안 북-미관계 경색 때문에 남북대화도 거의 진전이 없었다.

그러나 성명서 내용을 보면 곧바로 북-미간에 대화의 물꼬가 터질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 미국측이 제시한 3개 항목은 북한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이미 클린턴 행정부와 논의가 끝난 핵 동결에 관한 기본합의를 다시 재론하는 것이나 미사일 계획 포기 검증 요구를 북한이 쉽게 양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재래식 군사력과 관련, 통상병력 감축에 대해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를 전제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는 만큼 북-미간 이해대립이 계속될 것이다.

부시 행정부가 앞으로 3개 항목을 어떤 방식으로 다룰 것인지 주목된다. 3개 항목을 한꺼번에 묶는 포괄적 합의를 주장하면 협상이 어렵겠지만 개별적으로 논의하는 방식을 택하면 미사일 등의 문제는 의외로 쉽게 진전될 수도 있다.

▼장잉(張英·지린성 사회과학원 조선한국연구소장)

부시 행정부가 대화를 통한 포괄적인 접근을 대북정책 기조로 택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취임 후 대북정책을 재검토해온 부시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화해, 지역 안정증대라는 대북정책노선을 확정하고 그 동안 일시 중단됐던 북-미간의 대화를 재개키로 한 것은 한반도 긴장완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성명에서 미국은 북한을 여전히 ‘우려되는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해 북한의 반발이 예상된다. 미국이 제의한 북-미 양국간 대화의제가 북한 핵동결합의 이행과 미사일 수출금지, 재래식 군비 등 군사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경제재건에 큰 관심을 보여온 북한측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미국이 대북정책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협력할 뜻을 거듭 밝혔기 때문에 한국의 역할은 증대될 것이다.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