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성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 약취유인 범죄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이 7일 발간한 ‘2000년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여성을 상대로 한 성폭력범죄는 9775건이 발생해 99년 8565건에 비해 14.1%가 증가했다. 이중 강간은 6855건, 성추행 등 성폭력처벌법 위반은 2920건.
약취유인 범죄의 경우 425건이 발생해 99년 278건에 비해 52.9%나 증가했으며 이중 미성년자 약취유인은 122건으로 99년 77건에 비해 58.4%가 증가했다. 99년 849건이던 12세 이하 어린이를 상대로 한 살인, 폭력, 강간범죄는 976건이 발생해 14.9%의 증가세를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청소년 성매매(원조교제)나 몰래카메라 등 사회전반에 ‘성 상품화’ 추세가 확산되는 것이 여성과 어린이 대상 범죄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
또 초고속 통신망의 확산과 인터넷 보급으로 인해 해킹 통신사기 등 사이버 범죄도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97년 123건이던 사이버 범죄는 98년 394건, 99년 1709건으로 늘어나다 지난해는 2444건에 달해 매년 평균 198.6%의 증가율을 보였다.
해킹과 바이러스 유포 등 ‘사이버 테러’ 수준에 이르는 범죄도 98년 18건에서 99년 23건, 지난해 452건으로 크게 늘었다.
반면 주요 경제관련 범죄는 절도를 제외하곤 상당수 감소했다. 경제범죄 중 눈에 띄는 것은 유사금융비리 범죄로 벤처 열풍을 타고 투자자를 현혹한 다단계 유사금융 범죄가 99년 169건에서 지난해 553건으로 무려 227.2%나 증가했다.
bestiger@donga.com
▼'윤락교육'중 20대 극적탈출▼
“그곳에서 보낸 10일은 악몽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이젠 사람이 없는 곳에서 살고 싶어요.”
지난달 대전의 윤락가로 팔려가 ‘매춘 교육’을 받다가 탈출해 경찰에 신고한 A씨(21·여). A씨는 끔찍했던 당시 생활을 잊지 못한 채 아직도 두려움에 몸서리를 치고 있다.
A씨는 지난달 초 1300만원의 빚보증을 서줬던 친구가 돈을 갚지 않고 도망갔다는 이유로 끌려가 전남 순천시 모 직업소개소를 통해 대전 중구 유천동의 한 유흥주점으로 넘겨졌다. A씨는 빚을 갚을 때까지 고급 룸살롱에서 일하면 된다는 말을 듣고 갔지만 상황은 그게 아니었다.
주점과 숙소가 연결된 1층과 2층 사이에는 철문과 쇠창살이 2중으로 설치돼 있고 방 유리창은 까맣게 선팅을 해 햇빛조차 들지 않았다. ‘신참’이라며 매일 손님접대 요령과 경찰의 단속에 걸렸을 때의 대응방법 등을 교육받았고 목욕은 물론 식사까지 업소 내에서 해결해야 했다.
그곳 여종업원들의 생활은 노예나 다름없었다. 매일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술시중을 들며 4, 5명의 손님을 상대하도록 윤락도 강요받았다. 이들이 손님 한 명과 성관계를 가진 뒤 업주로부터 받는 돈은 1만원에 불과했다.
종업원들은 생리 중일 때도 손님을 받아야 했고, 업주는 영업이 끝나면 곧바로 이들을 숙소로 몰아넣고 밖에서 문을 잠가버렸다. A씨는 “낮에도 손님이 오면 1층 홀로 불러 윤락을 강요했다”며 “어떤 종업원은 임신중절수술 후유증으로 배가 아파도 병원치료조차 받지 못하는 처참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A씨는 팔려간 지 10일 만인 지난달 16일 새벽 업주가 철문을 열어 놓은 틈을 타 탈출해 광주 집으로 돌아와 경찰에 신고했다.
한편 경찰은 7일 여종업원 11명을 업소 내에 감금한 채 윤락을 강요한 업주 김모씨(40·여) 등 2명을 부녀자 매매 및 감금 등 혐의로 구속했다.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