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과 각 정당 지구당의 회계가 한마디로 엉터리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뭔가 숨기려는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충북지역 국회의원 7명과 도내 민주당 한나라당 자민련 등 3당 지구당 21곳이 올 2월 선관위에 제출한 지난해 수입 지출 내용을 분석해 7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실사결과는 ‘만화경’을 연상케 한다. 법률로 금지된 직원을 버젓이 쓰고 있는가 하면 경비를 당비로 충당하는 비율이 지구당별로 0%에서 97%까지 천차만별이다. 지출내용에 영수증이 빠지기 일쑤이고 돈을 준 쪽의 기록은 있는데 받은 쪽의 장부에는 없는 경우도 있다.
▽영수증 부실처리〓영수증은 세금계산서로 첨부해야 정확한 조세 근거가 된다. 하지만 S의원은 의정활동 다과비 명목으로 모 방앗간에 17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돼있으나 간이영수증으로 처리했다. 시민연대에서 확인했으나 방앗간 주인은 정확한 액수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모정당 지구당이 제출한 영수증의 경우 상호가 다른데도 사업자등록번호가 같은 영수증이 다량 발견됐다. 시민연대는 “영수증이 가짜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블랙박스’로 변한 당비〓모정당 충주지구당은 4·13총선 이후 사고지구당이었으나 당비수입이 전체 경비의 97%를 차지했다. 시민연대측은 “한국 정당이 이 정도만 된다면 정당 민주화는 벌써 이뤄졌을 것”이라며 어리둥절해했다. 다른 정당의 진천-음성지구당도 당비 수입이 72.6%. 농민이 대부분인 당원 2980명이 1인당 평균 11만원을 낸 셈이다. 이 지구당의 후원회 기부금은 전혀 없었다. 반면 또 다른 정당의 청주흥덕지구당은 선관위에 신고된 당원이 3만908명이나 당비 수입은 전혀 없어 대조적이었다.
일부 지구당은 당비로 1500만원을 모금했다고 발표했지만 정보공개를 거부해 정확한 1인당 당비 내용을 파악하기 힘든 사례로 분류됐다.
▽정책개발 무관심〓국회의원이나 지구당은 선거에서 당선만 되면 끝이고 정책개발이나 당원교육 등을 통한 정치발전에는 관심이 없다. 모정당 청원지구당은 7500여만원의 지출 가운데 정책개발비와 당원교육비로는 한푼도 사용하지 않았다.
다른 정당의 충주지구당도 지출액 3500여만원 가운데 정책개발비를 전혀 지출하지 않았다.
다른 지구당의 경우 9400여만원의 지출 가운데 정책개발비는 180만원에 불과했지만 조직활동비는 이 액수의 10배를 넘었다.
▽엉터리 장부기재〓S의원은 선거비로 지구당에 4500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기록했으나 지구당 수입 항목에는 전혀 나타나 있지 않았고 선거비는 전부가 3500만원인 것으로 적혀 있었다.
다른 S의원은 정책개발비로 140만원을 지출했다며 영수증을 첨부했는데 이는 확인 결과 모두 유류비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 지구당의 경우 지난해 6월 26일 전기요금 5만8230원을 냈다는 영수증을 첨부했으나 회계장부에는 7월 31일 전기요금을 자동이체로 낸 것으로 돼있다. 금액도 5만8470원으로 달랐다. 2000만원 이상의 지출내용을 기타경비로 처리해 확인이 어렵도록 한 경우는 부지기수.
▽버젓이 저지르는 불법〓지난해 8월부터 정당법 개정으로 지구당에 유급 인력을 두지 못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모정당 청주상당지구당은 8월 10일자로 급여 40만원을 지출했다.
편법을 동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S의원은 정책개발비로 지출한 5700여만원이 지난해 8월 이전에 유급 당직자였던 것으로 보이는 개인에게 현금으로 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시민연대측은 “정책개발비 지출이 전 현직 당직자와 겹치고 지출된 금액도 통상적인 비용을 넘어 편법을 동원한 인건비 지출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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