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규 관리소장(왼쪽)과 주민들이 더 좋은 아프트를만들겠다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주민들이 힘을 모으니 아파트 환경도 좋아지고 집 값도 오르네요.”
지은 지 8년 된 아파트의 입주자들이 소송을 통해 시공회사로부터 하자보수비용으로 10억원 이상을 받아내 화제다. 이 돈으로 본격적인 보수를 진행한 최근 두 달 남짓한 기간에 집 값도 1500만∼2000만원 올라 주민들의 입가엔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일산신도시 강선마을 9단지 화성아파트 주민들이 그 주인공.
93년 5월부터 입주한 이 단지는 24, 27, 33평형 10개 동 860가구 규모. 입주 초기부터 가벼운 하자가 발견돼 시공사로부터 보수를 받았다.
문제는 여기저기서 계속 발견됐다. 그 때마다 고쳐 달라고 요구했지만 98년 이후 하자보수기간이 지나자 건설회사나 하자보증기관은 “의무가 없다”며 거절했다. 결국 강성규 관리소장(41)과 예비역 대령 출신 주민 전창현씨(71)를 중심으로 주민들이 힘을 모아 99년 2월 소송에 나섰고 상황은 반전됐다. 강소장은 건축설비기사, 열관리기사, 위험물취급 기능사 등 14개의 자격증을 갖고 있는 전문가. 주민들의 불편을 접수한 뒤 일일이 현장을 확인해 곳곳에 숨어 있던 ‘원초적 하자’를 찾아냈다.
다섯겹이어야 할 독서실 지붕은 세 겹에 불과했고, 난방실 부속품은 정품이 아니었으며, 시방서와는 달리 1억2000만원어치의 나무는 아예 심지도 않았다. 집집마다 설치된 난방온도조절기는 ‘On-Off’ 기능만 하고 있을 뿐 온도 조절과는 거리가 멀었다.
소장을 접수한 지 1년 9개월만인 지난해 11월 2심 판결에서 청구액 전액인 10억8000만원을 받아냈다. 주민들이 찾아낸 모든 하자가 ‘원초적’이었음을 인정받은 것.
날이 풀린 올 봄부터 본격적인 보수공사에 들어가 동(棟)별로 현관에 폐쇄회로 TV를 설치하고 경비 초소를 없앴다. 난방 배관과 온도 조절기는 모두 정품으로 바꾸고 물탱크에도 단열재를 부착했다. 나무를 사 주민들 손으로 직접 심고 화단을 일궈냈으며 방수도 보완하고 단지내 정자도 보기 좋게 고쳤다. 덕분에 인건비가 줄고 에너지도 아낄 수 있게 돼 관리비가 크게 낮아졌다. 아파트 값은 두 달새 크게 올랐다.
모든 보수공사를 마무리한 주민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보수비용을 받아내 주거 환경을 개선한 것을 자축하며 10일 하루종일 마을 잔치를 벌일 예정이다.
칠순을 넘긴 전창현씨는 “내가 사는 곳에 애정과 관심만 있으면 어느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이죠. 남이 나서길 기다리지 말고 내가 먼저 시작하면 절반은 이미 끝난 셈이고요”라며 특유의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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