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여소야대(與小野大)의 미 상원 개원에 맞춰 워싱턴 정가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이어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된 톰 대슐 미 상원 다수당 원내총무(54·민주)는 정치와 인연을 맺은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는 일이 있다. 자신의 지역구인 사우스다코타주의 66개 카운티를 매년 1개씩 정해 자동차를 몰고 무작정 돌아다니는 일이다.
보좌관도 없고 기한도 없다. 병원이건 학교건, 술집이건 경찰서건 마음내키는 곳에 내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별다른 목적도 없이 그저 자신이 대표하는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듣는 것이다. 대슐 의원은 94년 은퇴한 조지 미첼 전 상원의원의 뒤를 이어 민주당 원내총무가 된 이후 바쁜 워싱턴 스케줄에도 이 ‘목적 없는 자동차 여행’을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다.
매년 2개월을 지역구에서 지내는 것도 모자라 상하원 의원들 중 처음으로 워싱턴 의원사무실에 지역구 주민이 무료로 전화를 걸 수 있는 수신자부담 전화를 설치했다.
그래서인지 그가 주도한 법안에는 하나 같이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긴다. 농촌의 가정도 도시와 똑같은 수준의 교육과 보건 혜택을 누리도록 한 법안, 미국 인디언 삶의 질적 수준을 높이도록 하기 위한 법안, 고엽제에 노출된 베트남전 참전용사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주는 법안 등이 모두 그가 주도한 것들이다.
73년 제임스 애보렉 상원의원의 보좌관으로 시작한 대슐 의원의 30년 정치인생을 더듬어보면 ‘공(功)을 차지하려는 욕심만 버리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미국 정가의 격언을 신조로 여긴 듯하다고 워싱턴포스트는 평가했다.
일반인의 기억에 남을만한 법안에 이름을 남긴 적도 없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정쟁(政爭)에서 목소리를 높여 싸운 적도 없다.
이 때문에 그가 상원의 다수당 원내총무가 되면서 신문의 1면을 장식하기 전까지는 지역구민을 제외하고는 그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보통 정치인과 달리 그는 이상하리만큼 적이 없다. 30년 가까이 정치에 몸담은 사람 치고 적이 없는 사람은 없다. 다수당 원내총무 자리를 대슐 의원에게 내준 트렌트 로트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만 해도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에도 적이 많았다.
대슐 의원은 6일 상원 다수당 원내총무가 된 직후 “미국은 상원의 당파적 갈등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초당파적 협력’을 다짐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대슐 의원의 다짐을 단순한 ‘립 서비스’로만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대슐 의원을 다루기 쉬운 상대로 여기는 공화당 의원들은 없다. 존 애시크로프트 법무장관의 인준 표결 때 민주당의 반대표가 20표도 안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깨고 41표의 반대표를 이끌어냈던 것처럼 일단 ‘안 된다’고 믿는 일에 대해서는 적당히 타협하는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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