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감독들이 ‘믿을 맨’은 역시 ‘미들맨’뿐이다.
선발―중간―마무리로 철저히 ‘투수 분업화’가 이뤄진 현대야구에서 중간계투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선발투수의 힘이 떨어지고 마무리가 곧바로 나오기엔 너무 빠른 6회나 7회. 미들맨이 등판해 버티면 이기고, 못버티면 패한다. 특히 LG 두산 SK 등 갈수록 ‘마운드 인해전술’을 쓰는 팀이 늘어나는 국내 프로야구에서 중간계투진의 활약은 바로 시즌성적과 직결된다.
올 시즌 승리에 기여하는 중간계투요원에게 부여하는 ‘홀드’ 순위를 보면 어느 팀이 강팀인지 금방 알 수 있다.
삼성은 이기는 경기에서 마무리 리베라로 가기 전 김현욱을 등판시키는 게 마운드 공식이다. 릴리프 투수로 최고 수준의 평가를 받고 있는 사이드암스로 김현욱은 6일 현재 27경기에서 8홀드로 이 부문 1위.
두산엔 차명주와 이혜천이 있다. 차명주는 6홀드로 2위, 이혜천은 4홀드로 공동 5위. 이들은 왼손투수라는 점에서 더욱 큰 이점이 있다. 특히 올 시즌 최다경기 출전중인 차명주는 점수차에 상관없이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마당쇠’로 불린다.
그는 팀이 소화한 54경기 가운데 37경기(69%)에 모습을 드러냈다. 10경기 중 7게임꼴로 등판한다는 얘기. 차명주는 “이러다 팔 빠지겠다”며 하소연하지만 그래도 벤치에서 신임하니까 싫지만은 않은 표정.
현대는 타자에서 투수로 전업한 권준헌과 신철인, 마일영 트리오가 믿음직스럽다. 김시진 투수코치는 “시즌 초반엔 SK로 떠난 조웅천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까 걱정하느라 밤에 잠을 못잘 정도였다. 하지만 이들 3명이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어 너무 고맙다”고 말한다.
꼴찌팀 LG는 홀드 10걸에 단 한 명도 이름이 없고 롯데는 가득염 정도가 간신히 공동 8위에 이름을 내밀어 허리가 허약하다는 걸 단적으로 증명해주고 있다. SK는 ‘믿는 도끼’ 조웅천과 조규제가 발등을 찍는 바람에 최근 10경기에서 뒷심 부족으로 7경기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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