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생고 발명부 3학년 학생들과서재흥 교사(왼쪽서 두번째)
‘수재는 아니지만 발명은 내가 최고.’
경기 성남시 낙생고등학교 발명부(담당교사 서재흥·41) 부원들은 요즘 얼떨떨하다. 교육청과 시청 등 각계 기관에서 격려와 후원 약속이 잇따르고 언론과 방송에서도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기 때문.
“공부나 열심히 하지 웬 발명이냐며 닦달하던 엄마 아빠도 많이 바뀌었어요.”
학생들은 “우리 뜬 거 맞아?”라며 서로 반문하면서도 이런 관심은 처음이라며 우쭐해 있다. 발명부가 지난달 제36회 발명의 날에 학생 부문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 이래 나타난 현상이다. 95년 서 교사와 학생 1명으로 시작한 발명부가 7년 만에 학생부문에서 최고자리에 오른 것.
김진현 교장은 “자랑스럽죠. 사실 학교가 분당에 있지만 외지에 있다 보니 학생들이 조금 꺼려왔어요. 서울 소재 대학 가기가 그리 쉽지 않거든요”라고 털어놓는다.
학교 별관에 위치한 발명부에 들어서자 50평 남짓한 공간이 온통 상장과 공작기계, 공구, 발명품들로 가득하다. 일부만 붙였다는 상장은 공간이 부족할 정도.
그 아래는 낮에 별자리 보는 지구본, 전구가 달린 신발, 알람 기능을 갖춘 안마기, 연예인 입술을 부착한 음료캔 등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발명품들이 빼곡하다. 99년 특허청에서 지원한 5000만원으로 밀링, 선반, 컴퓨터 등 첨단 정밀공작기계까지 갖춘 남부럽지 않은 시설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발명부원은 85명. 이 학교 30여개의 동아리 중 가장 잘 나가는 동아리가 됐다. 대학에서 특기자 모집이 시행된 이래 고려대, 한양대, 경희대 등 유명 대학에 11명이 입학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올해도 15명이 연세대, 외국어대 등에 원서를 제출한 상태. 건국대에 발명특기자로 입학한 졸업생 오상진군(19·토목공학 1년)은 “다른 애들과 비교해 수학 등 이론적인 면은 좀 딸릴지 모르지만 창의력이나 실기면에서는 훨씬 앞선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주최하는 모형 솔라카(solar car) 경주대회에 11개팀이 출전해서 5개팀이 본선에 진출하는 등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15개 국내대회에 참가, 모두 입상한 것을 비롯해 국제로봇 올림피아드 대회에서도 동상을 차지했다. 실용신안 등록만 10여개나 되고 특허출원도 줄을 잇고 있다.
학생회장으로 2개 대학 특기자 수시모집에 원서를 낸 장현주양(18.3년)은 “학생 대부분이 3학년이 되면 여러 대회 입상 경력과 실용신안 등록 발명품들을 가지고 있다”고 자랑한다.
이들은 고교생 최초의 ‘벤처기업’ 창업까지 꿈꾸고 있다. 성남시로부터 벤처자금을 우선 지원해 주겠다는 약속도 받아놓은 상태다. 이런 결실 뒤엔 밤 10시까지 발명부에서 연구몰두하는 학생들의 노력과 지도교사의 헌신 및 학교의 적극적인 후원이 뒷받침됐다. ‘에디슨 따라잡기’라는 고교생 발명교재까지 직접 만든 서 교사는 99년과 2000년 교육부와 경기도가 선정한 ‘신지식인’이기도 하다.
서 교사는 “발명은 머리가 아니라 생활 속 문제점들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게 중요하다”며 “그 점을 잘 인식했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좀더 두각을 나타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