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골드뱅크 클리커스의 최대 골칫거리는 ‘매직히포’ 현주엽(26) 선수다. 그도 그럴 것이 인기 여배우와의 열애설 및 잠적설 등 다양한 메뉴(?)로 구단 관계자들의 애간장을 태우기 때문이다. 이같은 경우, 구단을 담당하고 있는 취재진도 덩달아 속을 끓일 때가 많다.
지난 3월 그의 열애설이 모 스포츠지의 1면을 장식했을 때다. ‘만난 적도 없다’ 내지는 ‘누나 동생 사이일 뿐이다’ 등의 대답이 나올 게 불을 보듯 뻔하다는 걸 알면서도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이게 웬걸, 정작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것은 현주엽이 아닌 외국인의 낯선 목소리였다. 깜짝 놀라 전화를 끊고 번호를 확인한 뒤 다시 걸어봤지만 “Who Is Calling?”으로 시작하는 첫마디는 변함이 없었다. 부실한 영어 실력임에도 다급한 마음에 더듬더듬 “현주엽 선수의 전화가 맞지 않느냐”고 재차 물어봤지만 상대편은 “나는 전혀 모르겠으며 귀찮게 하지 말라”는 내용으로 일관했다. 물론 영어였다.
시즌 중 매일 아침 연결되던 그의 전화가 어느 틈에 외국인에게로 넘어간 것일까. 어쨌든 기자로서는 난생 처음 겪는 황당한 일에 허탈한 웃음만 나왔다. 고려대 대선배이자 농구계 원로인 이인표 단장과 해병대 출신인 김호겸 사무국장이 ‘사람 한번 만들어 보겠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서 어르고 달래봐도 소용이 없었다. 지난달 말에는 구단의 비상연락망조차 가동되지 않자 잠적으로 추정한 일부 언론이 ‘징계설’을 큼직하게 보도한 적도 있었다. 며칠이 지난 뒤 “휴가기간을 이용해 잠깐 동남아에 휴식차 놀러 갔다 왔는데 왜들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현주엽 선수의 불만어린 전화통화로 사태가 진정되긴 했지만.
여기서 한 가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8개 구단 선수 중 최고에 가까운 연봉 2억4000만 원을 받은 그의 지난 2000∼2001시즌 성적은 어땠을까. 글쎄, 기록을 들먹이는 것보다 시즌 내내 무릎 발목 허리 등 신체 전 부위에 걸친 부상 기사가 90% 이상이었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듯싶다.
농구의 본 고장인 미국의 NBA 톱스타들이 본인의 사생활에 대해 당당할 수 있는 이유는 결코 다른 데에 있지 않다. ‘프로는 성적으로 말한다’는 원칙에 충실해서다. 몇몇 할리우드 여배우와의 뜨거웠던 지난날을, 플레이 오프전이 벌어지는 도중 한 TV 토크쇼에 나와 공개해 물의를 빚은 LA 레이커스의 ‘흑상어’ 샤킬 오닐과 불 같은 성격으로 관중들과 말싸움도 마다하지 않는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의 ‘재간둥이’ 앨런 아이버슨이 농구 팬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 이유는 단 하나, 농구를 잘하기 때문이다.
오는 6월14일 대한 남아의 자랑스러운 임무를 다하기 위해 상무에 입대하는 현주엽. 많은 선배와 농구 관계자는 그에게 다음과 같은 한마디를 들려주고 싶을 것이다. “주엽아, 군대 갔다 오면 사람 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