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한국이 4강 진출에 실패하자 가장 먼저 지적된 것이 바로 ‘첫 경기 징크스’였다.
실제 이번 대회를 지켜보면 ‘시작이 반’ ‘첫 단추를 잘꿰야 한다’는 우리네 옛말은 축구에서도 결코 예외는 아니다.
프랑스 일본 호주 브라질 등 이번 대회 4강 진출 팀이 모두 대회 예선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2승(1패)을 올리고도 1차전 프랑스에 당한 0-5의 대패가 4강진출의 장애물이 됐다.
그럼 월드컵에서는 어떨까. 결론적으로 월드컵에서도 마찬가지다.
조 예선을 거친 16강이 토너먼트를 벌이는 경기방식이 시작된 86년 멕시코월드컵부터 98년 프랑스월드컵까지 4차례의 월드컵에서 1차전에서 승리한 팀이 조예선을 통과해 16강에 진출했던 확률은 절반이 넘는 54%. 특히 이들 네차례의 월드컵에서 우승컵을 거머쥔 팀은 모두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던 팀들이었다. 또 첫 경기에서 승리를 포함해 최소한 무승부 이상을 기록한 팀이 16강에 진출했던 확률은 무려 85.9%.
이에 반해 1차전에서 패하고도 16강에 진출한 것은 90년 이탈리아월드컵 때 카메룬에 패했던 아르헨티나 등 9팀 밖에 안된다.
또 첫 경기에서 승리하고도 16강 진출에 실패한 팀은 86년 포르투갈과 94년 노르웨이 단 두팀에 불과하다. 포르투갈과 노르웨이는 각각 86년과 94년 월드컵 조 예선 1차전에서 잉글랜드가 멕시코를 1-0으로 이기고도 16강 진출이 좌절됐었다.
그러나 주목해야할 점은 1차전에 패한 팀이 16강에 진출한 것은 94년 미국월드컵이 마지막이라는 것. 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는 1차전에서 패배하고도 16강에 오른 팀은 한 팀도 없었다.
이는 86년부터 94년까지는 24개국이 출전해 성적이 좋은 예선 조 3위까지도 16강에 진출했지만 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는 32개국이 출전해 예선 각 조 2위까지만 16강에 진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기 때문. 그만큼 1차전의 승패가 중요해졌다는 것.
98월드컵과 똑같이 32개국이 출전하는 2002월드컵에서 한국이 16강 진출을 위해 첫 경기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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