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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물, 물이다" 농민 환호…충북 진천 세계골 물대기 성공

입력 | 2001-06-10 18:29:00

10일 경기 안성시 들녘에서 ‘물 나르기’에 나선 민간업체 레미콘차량들이 물줄기를 뿜어내고 있다.


10일 오전 11시경 충북 진천군 문백면 은탄리 속칭 세계골.

‘콸 콸 콸….’ 논바닥으로 쏟아지는 물을 바라보던 농민들의 입가에 환한 웃음이 번져나갔다. 불과 며칠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던 것.

세계골은 충북 도내에서도 물대기가 어려운 천수답으로 ‘악명’이 높은 곳. 암반지역이어서 관정을 파기도 어렵고 통로가 비좁아 레미콘 차량이 다닐 수도 없다. 올 봄 가뭄이 들자 농민들은 그저 하늘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다단계 양수작업’도 포기해야만 했다. 95년 가뭄 때 4㎞ 떨어진 미호천까지 호스를 연결하는 ‘10단 양수’를 시도했다가 쓴맛을 봤다.

“당시 경운기를 10대나 동원해 양수를 시도했지만 1시간이 멀다 하고 호스가 터져나가는 바람에 포기했습니다. 천수답이 하천보다 100m 이상 높게 자리잡은 데다 길목마다 들쭉날쭉 경사가 많아 일정한 수압을 유지할 수 없었지요.” 이 마을 이장 정진영(鄭鎭榮·59)씨의 이야기다.

이 때문에 4일 열린 진천군 가뭄대책회의에서도 세계골은 아예 포기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김경회(金慶會)군수는 “농민이 농사를 포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한번 해보자”고 주변을 독려했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현장을 찾은 김군수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놨다. 10단 양수를 하되 단계마다 웅덩이를 파 일단 물을 쏟아놓은 뒤 다시 물을 퍼올리자는 것. 수압을 똑같이 맞춰야 하는 난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이었다. 이렇게 해서 ‘10연식(連式) 양수’가 선을 보이게 됐다. 김군수는 웅덩이에 물을 쏟아놓을 경우 땅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기 위해 바닥에 비닐을 깔도록 했다.

김군수는 “하루 이틀만 더 고생하면 세계골 물대기는 끝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