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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쇄신 13일회견 연기…"가뭄극복이 우선"

입력 | 2001-06-10 18:34:00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9일 오전 경제장관 간담회를 마치고 나오면서 청와대 비서진에게 13일로 예정됐던 기자회견 연기 방침을 밝혔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10일 “김 대통령이 간담회 직후 ‘가뭄피해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아보니 너무나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기자회견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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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朴晙瑩)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도 “특단의 가뭄대책을 세워야 할 상황에서 기자회견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 김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회견 연기 배경을 설명했다. 회견 연기는 김 대통령 스스로 결정한 것이며, 다른 정치적 고려가 작용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였다.

그러나 김 대통령이 가뭄 때문에만 기자회견을 연기한 것은 아닐 것이라는 얘기도 없지 않다. 그렇다면 다른 이유는 뭘까.

우선 정치권 일각에선 민주당 일부 소장파 의원들의 당정쇄신 요구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정쇄신 요구에 대응하는 적절한 카드를 내놓는 게 여의치 않자 회견을 연기한 것 같다는 것이다.

실제로 청와대 관계자들은 지난주 내내 “하루아침에 국정을 쇄신할 수 있는 묘안이 나오겠느냐”며 기자회견에 대한 주위의 기대를 부담스러워했다.

이와는 달리 김 대통령은 당초 당 대표를 포함한 대대적인 당정쇄신을 전제로 기자회견을 하려 했으나 최근 생각이 바뀌면서 회견을 연기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남북관계를 회견 연기와 관련시켜 보는 시각도 있다. 김 대통령은 장관급회담 재개를 비롯한 일련의 남북대화 재개 일정을 밝히려고 했지만, 이 또한 채 익지가 않아 회견을 연기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ys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