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보편 원리는 사라졌다"
세계적인 철학자인 리처드 로티 미국 스탠포드대 석좌교수(70)가 내한해 강연회를 갖는다. 로티 교수는 한국학술협의회, 대우재단 등이 주관하는 ‘2001 봄 석학연속강좌’의 연사로 초청돼 11일과 12일 오후 2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컨벤션 센터에서 ‘구원적 진리, 문학문화 그리고 도덕철학’을 주제로 두 차례 강연을 한다.
로티 교수는 서구철학사를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실용주의인 신실용주의를 제창한 석학. 뉴욕 태생으로 미국 예일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프린스턴대와 버지니아대 교수를 역임했다.
로티 교수의 첫날 강연 주제는 르네상스 이후 서구 지식인의 발자취를 요약한 ‘구원적 진리의 쇠퇴와 문학문화의 발흥’.
▽"문학문화의 시대 도래"
로티 교수는 강연에 앞서 미리 작성한 발표문에서 “종교와 철학이 쇠퇴하고 문학문화의 시대가 도래했다”면서 “구원을 갈망하는 젊은이들은 이제 종교나 철학적 진리가 아니라 소설 희곡 시로 눈을 돌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이나 철학적 진리, 객관적 과학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 삶에 기초를 제공할 수 있는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원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궁극적인 해답인 ‘구원적 진리’는 결국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과학의 경우 진리가 아니라 인간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 주는 도구에 불과하다는 게 로티교수의 시각이다.
그는 “이제 지식인들은 절대 불변의 객관적 진리를 추구하는데 더 이상 매달리지 말아야 하며 각각의 인생에는 수많은 목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지식인들은 상상력을 이용해 항상 자기 인생을 새롭게 만들면서 살아가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두 번째 날 강연인 ‘칸트와 듀이 사이에 갇힌 도덕철학의 현상황’에서 로티 교수는 현대 도덕철학의 두가지 입장인 칸트주의의 관점과 듀이의 관점을 비교 분석할 예정이다.
로티 교수의 저서로는 ‘철학과 자연의 거울’ ‘실용주의 결과들’ ‘우연성, 아이러니 그리고 연대’등이 국내에 번역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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