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장선박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은 우리 어선에 총격을 가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자 10일 정부는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영해를 침범한 북한상선에 대한 당국의 대응과 우리 어선에 발포까지 한 북측의 태도는 사안의 성격을 떠나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두 사안을 면밀히 따지면 다른 측면이 많다. 우선 북한상선은 영해를 침범하면서도 우리 해군의 통신검색에 순순히 응한 데다 위해 행위를 하지 않았다.
반면 어선 총격사건은 우리측 어선이 NLL을 넘어 불법 어로행위를 하다 북측의 정선명령을 무시하고 도망치다 일어났다. NLL 월선은 선박안전조업규칙 위반인 데다 당초 이 어선은 울릉도 근해에서 어로활동을 한다고 조업신고를 해놓고 엉뚱한 곳에서 조업을 했다는 것. 선원들이 총격을 받고도 당국에 이를 숨긴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어떻든 민간 선박에 총격을 가한 북측의 행동은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불법 어로행위를 할 경우 나포는 가능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총격을 가해선 안 된다는 국제법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10일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를 놓고 여야간에 공방이 벌어졌다.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같은 사안을 두고 남과 북의 대응이 이렇게 다를 수 있느냐”며 군의 미온적 대처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와 국방부장관 해임을 촉구했다.
이에 민주당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은 “전쟁중이라 할지라도 민간인을 공격하는 것은 국제법상 용납되지 않는다”고 북측을 비난하면서도 “북한 상선에 대포를 쏘아 남북이 대결하고 불안감을 조성해야 속이 후련하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