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지갑 탓에 오전 내내 직장 동료들에게 담배를 얻어 피우던 회사원 김모씨(35). 바쁜 시간을 쪼개 7일 오후 회사 근처 은행을 찾았다.
3대의 현금 자동인출기 앞에는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이미 두어명씩 있었다. 앞사람들의 행색을 살피며 가장 빨리 차례가 돌아올 것 같은 두 번째 인출기 앞에 섰다.
예상과는 달리 김씨의 줄은 좀처럼 줄어들 줄 몰랐다. 이윽고 옆 3번기가 비었다. 순간 몸이 움찔했지만 뒤에 있던 40대 중년부인이 빨랐다. 비호처럼 빈 인출기를 점령한 것. 한마디 하려다 꾹 참았다.
휴대전화가 울렸다. 같은 사무실의 후배였다. “부장이 찾으시는데 어디 계세요?” “음∼. 곧 갈게.”
잠시 후 1번기에서도 같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에도 40대 초반의 여자였다. 분위기는 금세 험악해졌다.
“허 참. 동작 빠르네.”
“눈치도 보통이 아닌 걸.”
김씨도 혀를 끌끌 찼다.
못들은 척 현금을 찾은 여인이 하는 말에 모두들 경악하고 말았다.
“정 바쁘시면 이 돈 갖고 가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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