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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교 '아버지회' 활기

입력 | 2001-06-10 18:42:00


지난달 13일 서울 광진구 광남초등학교 아버지회가 주최한 ‘가족 산행대회’가 열린 아차산 등산로. 화창한 5월 햇살 아래 이 학교의 교사 학생 학부모 등 200여 가족 800여명이 알록달록한 등산복 차림으로 산에 올랐다.

아버지들은 낯선 식물과 곤충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이들에게 이름과 특징 등을 설명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이들은 청진기를 나무에 들이대고 나무가 물을 빨아들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신기해했다.

아이들은 아버지와 함께 ‘숲 속의 탐색’ ‘나무소리 듣기’ 등 5가지 자연학습 프로그램에 참가해 보고 들은 내용을 꼼꼼히 적어 체험학습 노트를 만들었다.

박명래씨(42)는 “초등학교 4학년, 6학년생인 두 딸과 함께 산에 오르니 어린 시절 소풍 갔을 때와 같은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광남초등학교 아버지회는 99년부터 매년 자녀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다양한 자연학습프로그램과 오락프로그램 등을 마련해 ‘광남 가족산행대회’를 열고 있다. 해가 갈수록 아버지들의 참여 열기는 높아지는 추세다.

‘학교를 찾는 학부모〓어머니’라는 등식이 깨지고 있다. 최근 초중교에서 아버지회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치맛바람’ 대신 ‘넥타이바람’이 일고 있다. 물론 긍정적인 의미의 바람이다. 일에 쫓겨 상대적으로 어머니보다 자녀 교육에 소홀하던 아버지들이 학교 운영과 자녀 교육 등에 적극 참여하면서 생긴 변화다.

▽학교를 찾는 아버지〓학교에서 아버지를 보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다.

최근 서울 광진구 구남초등학교에는 앞치마를 두르고 학교 급식 배식 자원봉사에 나선 학부모 28명 중 아버지가 4명이었다. 이 학교 김동래 교장은 “맞벌이 부부가 늘어 아버지와 어머니가 번갈아 배식을 맡기도 한다”면서 “담임 교사에게 자원봉사를 자청하는 아버지도 있다”고 말했다.

3월 초 열린 서울 양천구 목동중학교 학부모총회에는 예년에 한두명에 그치던 아버지 참석자가 20여명이나 됐다.

▽더불어 사는 지역공동체〓아버지회는 학교 발전을 위한 참여뿐만 아니라 학교와 지역사회간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아버지회가 주최하는 산행대회나 체육대회 등 가족단위 행사를 통해 지역공동체의 유대감을 높이고 있다.

광남초등학교 김태수 교장은 “학교의 교사와 지역사회의 아버지들이 강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학교가 지역공동체의 중심이 되고 있다”면서 “학교 공동체가 강화돼 아이들의 ‘왕따’ 문제를 해결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성 살려 학교후원〓최근 서울 노원구 중원초등학교에서는 정원관리 기술이 있는 아버지 회원이 학교에 찾아와 학교 정원수를 말끔히 단장했다. 영어학원을 경영하는 구남초등학교의 한 아버지 회원은 학교에서 영어수업을 할 수 있도록 원어민 영어강사를 소개했고 컴퓨터 디자인업체를 경영하는 다른 아버지 회원은 학교의 교육 목표 등 교실에 비치하는 포스터 등을 직접 디자인해 제작해줬다.

광남초등학교에서는 학교 상징마크를 도안하고 볼품 없던 철제 교문 위에 노란색 아치형 구조물을 세우는 일을 아버지회에서 도맡아 했다. 디자인업체를 경영하는 회원이 도안을, 건축학과 교수인 회원이 구조물의 안전진단을 했다. 홈페이지 개편작업은 정보통신업체를 경영하는 회원이 맡았다.

아버지들은 어머니에 비해 다양한 직업과 경력을 가졌다는 것이 큰 장점.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버지들은 학교에 재정적 후원보다는 전문성을 살린 자원봉사 활동을 우선시한다.

▽교사와 한마음〓남자 교사들은 아버지와 격의 없이 어울린다. 퇴근 후 저녁시간이나 아버지회 행사를 마친 뒤 남자 교사와 생맥주나 막걸리 등을 기울이며 자녀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지난해 광남초등학교 아버지회의 한 회원이 학교에 기증할 장승을 만들다 전기톱에 손가락을 다쳤을 때 교사들이 나서서 100만원을 모아 치료비에 보탠 적도 있었다.

중원초등학교 김종암 교무부장은 “어머니에 비해 아버지들은 사회성이 뛰어나고 결속이 강하며 지나친 경쟁의식이 없다”면서 “학교 교사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학교 운영을 둘러싼 불필요한 오해나 잡음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중학교 양기황 교감은 “아버지가 움직이면 가족 전체가 동원되기 때문에 어머니 중심의 학부모회 활동보다 가족 단위의 행사가 잘 이루어지고 활동 영역도 넓어졌다”고 말했다.

◇수도권 지역 초중학교 아버지회 운영 현황

학 교

결성연도

회원수

주요 행사

서울 공릉초교

2000년

40여명

서울 광남초교

99년

70여명

가족산행대회, 가족체육대회, 자녀교육 세미나

서울 구남초교

2000년

40여명

가족산행대회, 부부동반 자녀교육 연수, 가족 래프팅, 학부모 민속놀이

서울 중원초교

94년

50여명

가족산행대회, 어린이날 행사, 야간 학교 순찰

평촌신도시 범계초교

99년

92명

아버지 식목행사, 선생님들과 대화

서울 목동중

2000년

70여명

자녀와 함께 문화탐방, 자녀와 함께 래프팅

서울 신목중

2001년

5월

90여명

유적지 체험학습, 가족 야영 캠프, 체육대회

서울 원묵중

2001년

6월 중순 예정

60여명

예정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