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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락교수의 이야기 경제학-3]규칙에 살고 반칙에 죽는다

입력 | 2001-06-10 18:47:00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 밝힌 자본주의 시장경제원리란 무엇인가? 인류 역사상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을 가장 많이 혼동시킨 말은 아마 자본주의(〓시장경제)라는 말일 것이다. 어느 북한 전문가는 남북이 아직도 통일을 하지 못하고 대치하는 것도 옛날 한국인들이 잘 알지도 못한 채 남한은 자본주의에, 그리고 북한은 공사주의에 줄을 섰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실 세계 어느 나라의 어느 시대이건 교육도 많이 받고 멀쩡하게 잘 생긴 사람들도 자본주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유치원생 같이 되는 경우가 많다. 옛날 소련에서도 세계적인 학자나 전문가나 지도층 인사들이 그렇게 많았지만 자본주의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만큼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들은 공산주의의 길을 택해서 가다가 나라를 거덜나게 만들었다. 70년간이나 달리던 길이 잘못된 줄 알고, 돌아 나와 자본주의의 길을 다시 가느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피눈물나는 고생을 하게 되었던가?

▼ 글 싣는 순서▼

1. 서양은 언제부터 우리를 앞섰나
2. '국부론'의 처방 따르면 잘 사나
3. 규칙에 살고 반칙에 죽는다
4. 자유경제는 윈·윈게임
5.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
6. "검의 고수엔 칼로 덤비지 말라"
7. 지능 지수 높은 동아시아인
8. 세계 제일 '경제코치'포진
9. 미래주역은 '기업가적 두뇌'
10. '일본 위기'는 잘못된 진단
11. 한강 개발가치 무궁무진
12. 작지만 큰나라 '코리아'
13. 세계 지배상품 만들자
14. 세계수준 대기업 바로알자
15. 글로벌시대의 교육
16. 지식산업시대의 국토
17. 지식기반 산업 준비

자본주의 시장경제도 축구와 같은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게임에는 어느 것이건 엄격한 규칙(rule)이 있다. 첫째, 축구에서는 선수가 공에 손을 대면 안 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게임(이하 경제 게임)에서는 선수들(국민과 기업)이 남의 재산에 손을 대면 안 된다. 둘째, 축구 게임은 축구장 안에서 해야 하고, 경제 게임은 시장 안에서 해야 한다. 시장 밖으로 나가서 암거래 밀매 밀수 등을 하면 안 된다.

셋째, 축구에서는 심판이 심판만 해야 한다. 경제 게임의 심판은 정부인데, 정부는 심판 노릇을 잘해야 한다. 심판이 게임 도중 선수에게 코치를 하거나, 직접 게임에 참여하거나, 선수를 교체하는 등의 일을 해서는 안 된다. 경제 게임을 가장 쉽게 망치는 방법은 심판인 정부가 바로 이런 짓을 하는 것이다. 경제위기를 맞이하는 나라에서는 대부분 심판 노릇을 잘 해야 할 정부가 이런 짓을 한다. 심판이 유능한 심판노릇을 해야 잘 되는 경제가 자유경제이고, 시장경제이다. 시장경제 개혁의 첫째는 정부의 여러 기능 중 특히 심판 노릇을 잘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축구 경기는 선수들만 참여하여 정해진 시간, 정해진 장소에서만 이루어지나 경제 게임은 전국민은 물론이고 상당수의 외국인도 참여한다. 이들이 모두 선수인 것이다. 그리고 경제 게임은 하루 24시간 일년 365일 계속된다. 정해진 시간이 없다. 장소도 글로벌시대에는 우리 국토에서 전세계로 그 범위가 계속 넓어진다.

축구 경기는 공이나 축구화, 골대 등 소수의 제품만 사용한다. 그러나 경제 게임은 한국에서 생산되는 모든 제품들을 다 사용한다. 외제품도 많이 사용한다. 그리고 반드시 제품이 움직이는 방향과는 반대로 돈이 오고 가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심판과 선수들은 항상 돈의 유혹을 받는다. 뒷돈 거래를 하기도 쉽다. 이 게임이 잘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선수나 심판의 도덕 수준이 높아야 한다.

글로벌 축구 경기에서 우승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 선수들의 체격이 좋아야 한다. 글로벌 경제 게임에서 우승하기 위해서도 우리 선수들 곧 우리 기업들, 그중 대표 선수 격인 ‘주식회사들’의 체격이 좋아야 한다.

기업이란 한국의 사람, 자본, 자연, 기술 등의 힘을 모으는 조직인데, 가장 잘 모을 수 있는 기업 조직이 주식회사란 조직이다. 서양이 이런 조직을 발명하게 되자 그 경제력은 일취월장(日就月將)하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많은 사람들은 서양이 동양을 크게 앞선 이유로 자본주의와 더불어 주식회사란 조직의 발명을 꼽는다. 축구에서는 선수 수의 제한이 있으나 글로벌 경제 게임에서는 선수 수의 제한이 없다. 선수인 우리 기업의 수가 많을수록 유리하게 된다. 축구에서는 선수의 키가 인간의 키를 넘어설 수 없으나 경제 게임에서는 선수의 키의 제한이 없다. 글로벌 경제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직접 뛰는 이런 선수를 많이 그리고 잘 키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