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만에 찾아온 혹심한 가뭄으로 전국의 논밭이 타들어가고 있다. 석달 넘게 계속되는 고온건조한 날씨로 일부 지역에서는 모내기를 못한 논이 많고 보름 정도 더 비가 오지 않으면 모를 심은 논도 갈아엎어야 할 판이다. 채소 고추 마늘 과수 등 밭작물도 말라비틀어져 간다.
이대로 가다가는 식수와 공업용수도 걱정이다. 전국 16개 시군에서는 상수원이 말라붙어 소방차, 군부대 차량 등이 비상 급수를 하고 있다. 바다처럼 넓어보이던 삽교호의 저수율이 16%에 불과해 열흘 이상 버티기가 어렵다는 소식이다. 다행히 다목적댐의 평균 저수율은 34%로 11개 댐에서 농업용수 추가 방류를 시작했지만 이 물길이 미치지 않는 농토는 하늘만 쳐다봐야 한다.
비를 기다리는 농민들의 탄식이 커져가고 있으나 비소식은 가물가물하다. 기상청 예보로는 이달 하순경에나 장마가 시작될 예정이다. 앞으로 보름 정도가 최대 고비인 셈이다.
그동안 민관군이 모두 나서 가뭄 극복에 온 힘을 모아야 한다. 농업국가이던 시절에는 가뭄이 오래 계속되면 임금이 나서 기우제를 지내고 백성들도 음주가무를 삼갔다. 산업화 이후 농업의 비중이 낮아졌지만 아직도 전 국민의 9%, 400만명이 농민이다. 농촌은 도시인들의 부모와 친인척들이 땅을 일구는 마음의 고향이다.
사회 각계가 가뭄 극복에 동참해야 한다. 직접 농촌현장에서 농민들을 도울 수 없는 시민들은 언론사에서 펼치는 가뭄극복 성금모으기운동에 성의껏 동참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여야 정치권도 모처럼 정쟁을 자제하고 가뭄 피해 농민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런 시기에 민주노총이 12일부터 전국 200여개 사업장에서 강행하려고 하는 총파업은 자제돼야 할 것이다. 노동관련법의 국회통과도 중요하겠지만 꼭 이런 시기를 골라 총파업을 해야만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주말인 9일 울산에서 화염병과 돌이 날아다니는 과격한 시위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표정이 어두웠다. 민노총이 행여 앞뒤 형편을 살피지 않는 과격한 노동운동으로 민심으로부터 외면당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아직 수돗물 걱정을 하지 않는 도시 주민들도 가물 때는 농민들을 생각해 물을 아껴써야 한다. 물값이 싸 우리는 평소에도 물을 함부로 쓰는 편이다. 물 절약은 물을 대량으로 소비하는 업소들이 솔선해야 효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