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의원과 간담회민주당 김중권대표(가운데)
여권 고위관계자가 9일 제기한 ‘세대교체론’은 집권세력 내부의 복잡한 역학관계로 미루어 볼 때 깊고, 넓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세대교체 카드’를 수용하느냐, 수용한다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에 따라 여권은 물론 한나라당에도 그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 재임 때도 그가 일본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차기 대선에서 ‘깜짝 놀랄만한 젊은 후보’를 내세우겠다고 해 정치권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요동쳤었다.
물론 세대교체론은 ‘현 시점에서 부적절한 문제 제기’라는 반론이 만만치 않아 당장 공론화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민주당의 다른 고위관계자들도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명예총재를 자극, DJP 공조 자체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세대교체론을 주장했던 이 고위관계자는 10일 “국면전환을 위해서는 지금이야말로 김대통령이 세대교체 카드를 꺼낼 때”라며 “세대교체 카드는 당내 일부 대선주자들의 이해관계를 넘어 정치권 전체의 어젠더(의제)를 뒤바꿔놓을 수 있는 세날의 칼”이라고 거듭 역설했다. 그는 기회가 닿으면 직접 김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사실 여권내에서는 비슷한 주장이 없지 않았다. 지금의 국면은 YS가 차남인 현철(賢哲)씨 문제와 한보사태로 ‘총체적 위기상황’에 내몰렸던 95년 말과 유사하다는 인식 아래, DJ와 JP가 2선으로 물러서면서 세대교체 카드를 조기가시화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바로 그것. 이같은 주장 뒤에는 여권의 세대교체로 한나라당내의 세대교체 주자들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고, 자연히 ‘이회창(李會昌) 유일후보 체제’에도 균열이 갈 것이라는 희망적 사고가 깔려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그런 주장들은 파상적인 ‘사견(私見)’에 불과했던 반면, 이번엔 김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여권 고위관계자가 조만간 김대통령이 밝힐 국정개혁구상의 ‘최우선 주제’로 제기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문제는 ‘김심(金心·김대통령의 의중)’이다. 레임덕을 급격히 앞당기는 상황을 감수해야 할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의 바람을 일으킬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김대통령이 섣불리 세대교체론을 언급해주겠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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