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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산 당감초등교 강미경교사 '창의적 글쓰기 기법'

입력 | 2001-06-10 18:51:00


◇"세상을 뒤집어보면 상상력 솟구쳐요"

“심청이는 과연 효녀일까요?”

“아니오. 효녀라면 아버지 곁에 있으면서 보살펴 드렸어야지요. 아버지를 슬프게 했잖아요.”

“책에는 심청이가 임금님과 결혼해 행복했다고 돼 있는데….”

“임금님과 결혼한다고 모두 행복한 건 아니에요. 서로 자란 환경이 달라 심하게 부부싸움을 했을 수도 있어요.”

부산 부산진구 당감1동 당감초등학교 5학년2반 학생들은 무엇이든 ‘똑바로’ 보는 법이 없다. 뒤집어 보고 거꾸로 보고 고쳐본다. 독창적인 아이디어일수록 박수를 받는다.

‘어떻게 하면 창의적으로 글쓰는 능력을 키워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담임교사 강미경씨(35·여)가 고안한 창의적 글쓰기 프로그램으로 교육받고 있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누구에게나 두려운 작업. 글쓰기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미국작가 윌리엄 포크너도 “글을 막 쓰기 시작한 작가는 어디를 향해 짖어야 할지 모르는 사냥개와 같다”고 글쓰기의 막막함을 토로했을 정도다.

자신의 생각을 조리있게 글로 표현하는 능력은 학습 활동의 기초다.

강교사는 “같은 내용이라도 교과서로만 공부하는 것보다 수수께끼 속담 신문 등을 활용하며 기발하고 괴상하게 생각하는 기법 등을 적용하면 학생들이 재미있어 할 뿐만 아니라 독창적인 언어감각과 창의적 글쓰기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강교사는 지난해 6학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수업을 거쳐 이 프로그램을 만들어 교육인적자원부 주최로 올해 초 열린 ‘열린교육 실천사례 연구대회’에서 1등급을 받았다.

◇'100을 더한 꽃은?'등 풀다보면 독창성 쑥쑥

▽알쏭달쏭 ‘수수께끼방’〓수수께끼는 언어 감각과 논리력 상상력 등이 뛰어나야 쉽게 풀 수 있다. 은유, 말놀이의 묘미, 고정관념을 깨는 기발함이 가득한 수수께끼를 풀고 만드는 과정을 통해 창의적인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

‘때로는 얼음처럼 얼다가 녹기도 하고 젓가락처럼 함께 붙어다니는 나의 거울은?’

학생들이 만들어낸 이 수수께끼의 정답은 ‘친구’다. 친구는 다투면 관계가 얼었다 녹았다 하는 ‘얼음’이고 함께 붙어다니는 ‘젓가락’일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쏙 빼닮은 ‘거울’이라는 은유다. ‘100을 더한 꽃은?’ ‘음메 음메 우는 나무는?’ 등과 같은 수수께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히면 풀 수 없다. 답은 각각 ‘백합’, ‘소나무’.

◇기사-사설 통해 논리 훈련-비판력도 키워

▽재미 솔솔 ‘신문 나라’〓신문의 기사 사진 사설 광고 등은 정확한 국어 표기법, 6하 원칙에 충실한 짜임새 있는 문장, 어휘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배우고 키울 수 있는 살아있는 교재다.

기사의 처음과 끝 문장만 남겨두고 가운데 문장 채워넣기, 신문 기사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써보기, 신문 여기 저기에 실린 사진들을 오려 붙인 뒤 사진이 전달하는 내용이 서로 이어지도록 줄거리 써보기, 인터뷰하고 싶은 사람에 관한 기사를 모아 읽은 뒤 직접 인터뷰 문항을 작성하고 기사 써보기 등이 주요 활동 내용.

◇고구마와 아이스크림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반짝반짝 ‘아이디어상자’〓창의성을 기르는 기법중 하나가 ‘스캠퍼(SCAMPER)’다. 사물을 대체하고(Substitute) 결합하고(Combine) 조절하고(Adjust) 변형하고(Modify) 다르게 활용하고(Put to other uses) 제거하고(Eliminate) 반전시키는(Reverse) 과정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것이다.

‘신문과 거울’ ‘고구마와 아이스크림’ ‘천과 비닐’ 등 전혀 엉뚱한 사물간의 공통점과 차이점 찾기에서 출발해 물건의 새로운 용도를 고안해본다. 속담 뒤집기도 창의적 사고 훈련에 도움이 된다. ‘뚝배기보다 장맛’이란 말을 ‘겉봉투가 좋아야 뜯어보고 싶은 법’(못생긴 뚝배기를 보면 먹고 싶은 마음조차 들지 않을 것이므로)으로 바꿔보면 어떨까.전래 동화를 비판적으로 읽고 재해석하는 것도 좋다.

◇다양한 아이디어 주제별 정리능력 길러

▽꼬불꼬불 ‘마음의 지도’〓아이디어를 주제별로 묶고 그 관계를 선으로 그어 나타낸 ‘마음의 지도(마인드 맵)’는 난해한 아이디어를 빠르고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한다. 또 특정 주제에 대해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마구잡이로 토해낸 뒤 정리하는 ‘브레인 스토밍’, 전체 줄거리를 형성하는 핵심 개념들을 나열해 각각의 장면을 중심으로 줄거리를 완성해가는 ‘스토리 보드’, 마인드 맵과 스토리 보드를 결합해 아이디어를 연꽃잎 모양으로 확장해가는 ‘연꽃기법’ 등도 독창적인 사고 훈련에 좋다.

◇강교사가 본 '글쓰기' 문제

‘어휘 수가 적고 정형화된 표현을 쓴다.’

강미경 교사(사진)가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을 평가한 뒤 내린 결론이다.

강교사는 지난해 창의적 글쓰기 프로그램을 활용하기에 앞서 6학년 3반 학생 42명을 대상으로 글쓰기 능력에 대한 실태를 조사했다.

첫째, 문장 구성력. 낱말을 적절하게 선택하고 문장이 매끄러운 학생은 5명(11.9%)에 불과했다. 대다수 학생들(27명, 64.3%)은 어휘 수가 적고 문장이 단조로웠으며 10명(23.8%)은 글이 주제에서 벗어난 데다 문장을 전개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분석됐다.

창의적 표현력을 평가하는 항목에서는 ‘관심은 많으나 정형화된 표현을 쓴다’고 평가받은 학생이 25명(59.5%)으로 가장 많았고 ‘관심이 적고 창의적 표현력도 부족하다’ 16명(38.1%), ‘내용이 풍부하고 유창한 표현을 하며 착상이 기발하다’4명(9.5%) 등의 순이었다.

흥미도와 해결능력 평가 항목에서는 다수(31명, 73.8%)가 관심은 있으나 자료 활용법을 모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강교사가 아이들의 평소 글쓰기 활동을 지켜보면서 내린 결론은 △글감을 선정할 때 고정 관념에 사로잡혀 있고 △문장에 적합한 어휘 선택 능력이 부족해 개성있는 글을 쓰기 어려우며 △주술관계가 맞지 않고 글의 내용이 단조롭다는 것.

강교사는 “어린애다운 참신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열린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이끌 필요가 있다”며 “가정에서도 창의적 글쓰기 프로그램을 활용해 자녀를 쉽게 지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창의성 기르는 기법들

창의성 기법

내 용

수수께끼

은유와 말놀이의 묘미가 가득한 수수께끼를 만들고 풀어보며 고정관념을 깨고 언어감각을 익힘

신문활용학습

기사를 읽으며 논리정연한 글쓰기 훈련을 하고 사진을 해석하며 상상력과 비판력 분석력을 키움

스캠퍼

사물을 대체하고 결합하고 조절하고 변형해보며 독창적 아이디어 개발 훈련

마인드맵

복잡한 아이디어들의 관계망을 만들어 상황을 빠르고 쉽게 파악하는 능력 개발

브레인스토밍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이를 정리하는 훈련

스토리보드

전체 줄거리를 형성하는 핵심 개념을 뽑아내고 이를 토대로 줄거리를 완성하는 능력 키움

연꽃기법

주제와 관련된 복잡한 아이디어를 도식으로 그려 이해하기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