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악재로 고전했던 LG그룹이 대규모 외자유입과 계열사 주가상승,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 사업의 재추진 등 호재에 힘입어 활기를 되찾고 있다.
작년 말 한때 나돈 자금악화설 여파로 떨어졌던 주가는 주력사인 전자와 화학을 중심으로 회복돼 5월말 현재 계열사 시가총액이 작년 말보다 60% 상승했다. 구본무(具本茂) 회장이 기회 있을 때마다 현금 흐름과 수익성 위주의 내실경영을 강조하면서 전반적인 자금 사정도 넉넉해졌다.
10일 LG에 따르면 LG전자가 네덜란드 필립스사와 브라운관(CRT) 합작법인을 설립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이달 말 현금 11억달러가 들어올 예정이다. LG전자는 이 돈으로 부채를 갚아 부채 비율을 올해 안에 150%까지 낮추기로 했다.
화학 3개사의 분할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계열사 영업실적이 고르게 호전되면서 16개 계열사의 시가총액은 5월말 현재 10조7985억원으로 작년 말(6조7480억원)보다 60% 늘었다. 특히 LGCI 화학 생활건강 등 화학관련 3개사는 시가총액이 분할 전보다 81%나 올라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할 발판을 마련하는 효과를 거뒀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기업 중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LG에 주목하면서 외국인 지분은 △생활건강 45.5% △화학 36% △홈쇼핑 31% △전선 26.7% 등으로 높아졌다. IMT-2000 비동기 사업의 진출 실패로 표류했던 통신부문도 동기식 사업 추진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그룹 최고경영자의 의욕적인 행보도 안팎의 분위기를 좋은 쪽으로 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 구회장은 공장과 연구소를 수시로 찾아 첨단제품의 연구개발(R&D)에 힘쓸 것을 독려하고 계열사 사장들에게는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적극 나서도록 독려하는 등 주요 그룹 총수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재계는 삼성의 독주와 SK의 약진 속에 주춤했던 LG가 침체국면에서 벗어나는 것은 국내 재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며 반기고 있다. 하지만 LG의 상승세가 이어지려면 세계시장 경쟁을 주도할 1위 제품 수를 늘리고 통신 전자 화학 가운데 확실하게 내놓을 만한 차세대 주력사업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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