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0억원으로 추산되는 프로그램 매수물량의 향방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가지수선물(이사 지수선물)과 주가지수옵션(이하 옵션)의 동시 만기일(더블 위칭데이,14일)을 불과 나흘 앞두고 이들이 매물로 나올 경우 국내증시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프로그램 매수란 고평가된 지수선물을 매도하고 저평가된 주식을 매수해서 별다른 위험부담없이 양자간의 가격차이만큼 이득을 올리는 차익거래와 매매의 편의를 위해 15개이상 종목을 한꺼번에 컴퓨터를 통해 거래하는 비차익 거래를 말한다.
8일현재 신고된 차익거래 물량은 5700억원. 비차익 프로그램매수 물량은 대략 3000억원정도로 추산된다. 이들 물량은 만기일 이전까지 국내증시를 억누를 것으로 보인다.
만기일을 나흘 앞두고 차익거래에서 이득을 올리기 위해 그동안 매도했던 지수선물을 되사고 대신 주식을 매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지수관련주들은 외국인들의 순매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비교적 큰 폭의 조정이 불가피하다. 현시점에서 지수관련 대형주들을 매수할 주체가 외국인 밖에 없기 때문.
주말 미국증시가 기술주의 실적 악화로 재차 하락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부담스럽다. 이것은 외국인들의 공격적인 순매수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9000억원의 프로그램 매수물량이 국내증시에 주는 충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와 달리 별다른 충격없이 넘어갈 것이란 낙관론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오는 15일 하이닉스반도체의 해외주식예탁증서(GDR)가 성공적으로 발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외국인들의 공격적인 순매수를 기대해도 좋다는 전망(이남우 삼성증권 이남우 상무)이 제기된다. 이상무는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외국인들의 반응이 좋아 성공적인 GDR발행을 낙관한다고 밝혔다.
이 경우 3월 더블위칭데이후 1만 5000계약의 지수선물을 순매수한 외국인들이 지수선물매도->지수선물가격 하락->지수선물 저평가->지수선물 매수->주식매도->시가총액 상위종목 주가하락이란 악순환을 촉발시킬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수선물 9월물이 현재같은 고평가상태를 14일까지 유지해도 급격한 지수하락은 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수선물 6월물 매도-주식매수'라는 차익거래를 '지수선물 9월물 매도-주식매수'로 대체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즉 매도했던 지수선물 6월물을 14일에 청산하지 않고 9월 두 번째 목요일로 만기를 연장(roll over)하면 된다는 얘기다.
물론 만기연장을 위해선 지수선물 9월물이 기초자산(코스피 200)보다 고평가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8일현재 양자의 가격차이(베이시스)가 0.71에 달하고 있어 만기연장이 가능하다는게 시장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결국 9000억원 규모의 프로그램 매수물량이 14일까지 국내증시를 얼마나 압박할 것인가는 하이닉스반도체로 대변되는 국내반도체 산업에 대한 외국인들의 평가와 지수선물 9월물이 고평가상태(콘탱고)를 유지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긍정적으로 나타날 경우 '조정시 매수'에 나서라는 게 시장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입장이다.
박영암 pya84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