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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상반기 고비]항공수송 하루 6800달러 '비상'

입력 | 2001-06-11 18:27:00


올 들어 갖가지 국내외 암초와 맞닥뜨렸던 ‘한국경제호(號)’에 ‘비상 사이렌’이 울렸다. 노사분규와 가뭄이라는 두 가지의 거대한 암초가 눈앞에 함께 나타난 것. 자칫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난파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숨쉬는 기업들〓국내 전자업계는 항공사 조종사들의 파업이 ‘실제 상황’이 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측이 “수출에 차질이 없도록 비노조원 조종사 등을 투입해 화물기를 꼭 띄우겠다”고 알려왔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를 짜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만약 항공사 파업이 장기화되면 외국 항공사로 거래선을 옮겨야 하는데 이 경우 수요 폭주로 운임이 더 오르고 납기를 맞출 수 있을지도 걱정”이라고 털어놓았다.

기업들은 수출 차질로 회사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을 더 고민한다. 현재 항공 화물편을 이용한 수출은 하루평균 1억1400만달러로 이 가운데 국내 항공업계가 60%를 맡고 있다. 항공수출은 반도체 컴퓨터 부품 등 우리 경제의 주력 수출품목이 대부분이다 .

이미 환율상승에 따른 환차손 부담과 고유가로 고전 중인 항공업계는 울상을 짓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12, 13일 이틀간 파업만으로도 각각 200억원과 57억원의 피해가 예상된다. 가뭄에 따른 피해도 커지고 있다. 특히 물을 많이 쓰는 피혁과 염색 업종의 중소업체 사장들은 “물이 없어 공장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라고 말한다.

17개 업체가 들어선 경기 동두천 피혁공단은 평소 70∼80%를 유지하던 가동률이 최근 한때 30%까지 떨어졌다. 염색협동조합중앙회 엄기성 차장은 “지금 당장 기계를 못 돌리는 것도 문제지만 이런 사태가 길어지면 경기 북부지역의 영세업체들은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걱정했다.

▽한층 높아진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심각한 노사분규 및 가뭄 장기화로 생산 및 수출에 차질이 생기고 농산물 값이 뜀박질하면서 경기침체 속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이번의 두 가지 악재가 아니더라도 한국경제는 최근 다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2월과 3월에 각각 8.8%와 6.4%의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을 보여 경기호전의 기대를 보였던 산업생산은 4월에 5.7% 증가에 머물러 실물경기가 다시 주저앉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또 경제의 ‘핵심 성장엔진’인 수출도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 연속 작년 같은 기간보다 줄어들었다. 반면 5월 말 현재 소비자물가는 작년 말보다 벌써 2.5%나 올랐고 작년동기 대비로는 매월 5% 안팎의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파업과 가뭄은 불가피하게 국민경제 전반에 주름살을 미치면서 악순환을 키울 수밖에 없다.

▽대외신인도에도 먹구름〓상당수 외국기업은 한국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중요한 이유로 ‘강성노조’를 꼽고 있다. 이번 파업이 길어지고 정부와의 물리적 충돌로까지 이어진다면 한국경제에 대한 해외시각은 더 싸늘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2월부터 5월까지 4개월 잇달아 외국인의 대한(對韓) 직접투자는 작년 같은 달보다 적었다.

주요 부실기업 구조조정 현황

기업명

현재 상황 및 처리일정

대우자동차

GM과 매각협상중. 6월15일까지 양해각서(MOU) 교환

현대투신 및

현대증권

현대투신운용과 함께 AIG에 일괄매각 협상중. 6월말 MOU 체결예정

현대건설

6월말 채권단 2조9000억원 자금지원 완료 계획

하이닉스반도체

6월15일 10억달러 외자유치 완료 계획

민주노총의 파업선언이 우선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진행중인 대우자동차 매각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최근 일부 노조원이 GM 본사를 찾아가 매각반대 주장을 펴는 등 새로운 걸림돌이 나타난 시점이어서 적지 않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하이닉스반도체의 해외주식예탁증서(DR) 10억달러 발행과 현대투신 매각 등에도 최소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 같다.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