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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국정쇄신'약속 지켜야 한다

입력 | 2001-06-11 18:27:00


민주당 김중권(金重權) 대표가 엊그제 한 발언은 그것이 집권당대표의 시국인식의 단면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가볍게 지나치기 어렵다. 김대표는 당내 386세대 원내외 위원장과의 조찬간담회에서 “민심과 여론을 혼동해서는 안된다. 지금 (여권에 대해 민심이 아니라) 여론이 나쁘다. 언론이 다 우리 쪽이 아니어서 여론이 나쁜 것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물론 정치가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에 매달려서는 안된다. 그러나 보다 나쁜 것은 민심을 반영하는 여론을 무시하는 것이다. 김대표 발언의 핵심은 ‘민심은 괜찮은데 일부 언론 탓에 여론이 나쁘다는 것’이다. 과연 그러한가.

5월31일에 있었던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는 “민심이 나빠 지역에도 못 내려간다.” “경제가 어려워 민심 이반이 된 것이 아니고 3년간 실정이 반복되면서 쌓인 것이다.” “지역구에 내려가면 정부 인사(人事)가 어린애 장난 같다고 하더라.” “참모들이 민심을 왜곡하고 예스맨만 있다고 본다”는 등 악화된 민심을 지적하는 발언들이 쏟아졌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응답자의 18.6%만이 ‘잘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권당대표는 소속 의원들의 생생한 목소리나 여론조사에는 아예 귀 막고 눈 감고 있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우리가 특히 김대표의 발언에 주목하는 것은 그와 같이 잘못된 시국인식을 행여 여권 지도부가 공유(共有)하고 있지나 않은가 하는 우려 때문이다. 만약 그렇다면 올바른 국정쇄신책을 기대하기조차 어렵다.

우리는 김 대통령이 우선 가뭄극복에 전념하기 위해 내일로 예정됐던 국정쇄신책 발표 기자회견을 연기한 것은 그럴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연기가 결국 없었던 일로 흐지부지되어서는 결코 안된다. 민주당 소장파 의원들은 국정쇄신 중에서 특히 인적쇄신을 강하게 주장해왔다. 이것은 비단 민주당 소장파의원들만의 요구가 아니다. ‘일부 언론에 의해 잘못 형성된 여론’도 아니다. 민심의 절실한 요구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국정쇄신책 발표를 무기 연기한다고만 할 게 아니라 언제쯤 하겠다고 밝혀야 한다. 그리고 정말 민심에 부응하는 쇄신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민심을 제대로 읽고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비가 와도 국정쇄신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민심은 돌아서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