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론 카드’를 제기한 여권 고위관계자가 민주당 이해찬(李海瓚) 정책위의장이라는 사실이 11일 공개되자 민주당의 차기 대선주자들은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이 의장의 정세 분석력과 기획력에 대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신임이 남다를 뿐만 아니라 97년 대선 때 국민회의 대선기획본부장을 지냈을 만큼 ‘판세’를 읽는 감각은 정평이 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청와대 관계자들은 “대통령은 지금 가뭄 때문에 피가 마를 지경인데 그런 얘기가 귀에 들어오겠느냐”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렇게 예민한 카드를 그런 식으로 말해버리면 어떻게 하느냐”며 여론의 추이를 주시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았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 의장은 세대교체 말고도 두어가지를 더 얘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히 이 의장이 당내 대선 주자들을 향해 ‘정성을 가지고 국민에게 감동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한 대목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내 대선주자들의 반응은 훨씬 직접적이었다. 특히 세대교체 주자로 꼽히는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 노무현(盧武鉉) 고문은 적극적인 공감을 표시했다.
노 고문의 한 측근은 “사실 작년 총선 직후부터 세대교체 주자들의 3자 회동을 주장해 왔으나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아 진전이 없었다”며 “노 고문도 현 시국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점을 충분히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도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세계의 지도자들이 모두 ‘세대교체형’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환영했다. 그는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명예총재와의 관련성 여부에 대해서도 “DJP공조도 세대교체라는 시대적 조류를 넘어설 수 없다”고 못박았다. 한 측근은 “김 최고위원도 세대교체론 확산을 위한 3자 회동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중권(金重權) 대표는 이 의장의 주장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김 대표가 14일 주례보고 때 대통령에게 이 의장이 제기한 문제를 전달하느냐”는 질문에 “지금 가뭄 때문에 정신이 없는데 그런 보고를 하겠느냐”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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