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개최된 ‘산업경쟁력 강화회의’에서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세계 64개국 가운데 22위로 평가된 것으로 보고되었다. 경쟁력 1위는 미국으로 나타났으며 싱가포르와 홍콩이 2위와 3위, 일본은 7위, 대만은 15위, 중국은 54위라고 한다.
▼입시생에 제2의 기회 제공▼
인적자원의 경쟁력에선 기업가(15위), 전문가(19위)는 64개국 평균보다 앞선 것으로 평가된 반면 행정관료(27위), 근로자(38위)의 경쟁력은 평균 이하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결국 국내 인적자원의 평균 경쟁력은 아직도 ‘반(半)주변부’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최근 서울대의 인문·사회·자연대 등 3개 단과대는 ‘선(先)기초, 후(後)전문’의 학제개편을 건의한 바 있다. 이 건의문의 핵심은 사회 진출로 직접 연결되는 법학·의학·경영학 등의 경우 학부과정을 폐지하고 전문대학원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3개 단과대 전체교수 명의로 전달된 이 건의문은 “모든 분야의 학문이 균형 있게 발전하면서 각각 전문성과 독자성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기초 및 응용분야에 대한 학부과정에서의 폭넓은 교육실시와 전문대학원과 특수대학원의 도입 등 학사구조의 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이 같은 과제는 서울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 대학사회 전체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이며 ‘선기초 후전문’ 구조가 이루어져야 기초학문과 실용학문이 경쟁관계가 아닌 보완관계로 전환될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제 대학은 물론이고 교육부에서도 전문대학원 제도의 도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를 위해 법학·의학·경영대 등의 학부과정은 인문·사회·자연대에 의해 단계적으로 흡수 통합될 수 있다. 이러한 학제개편이 필요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제도 개편으로 대학입시의 부담이 경감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즉,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전문대학원에의 입시라는 제2의 경쟁기회를 부여함으로써 대학 입학시험 하나로 인생의 모든 진로가 결정되는 병폐를 어느 정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학제개편에 맞추어 현행 사법·행정고시 제도도 바뀌어야 한다. 사법고시는 법과대학원을 졸업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변호사 자격시험으로 대체되어야 하며 5∼10년의 경험을 가진 변호사를 대상으로 법무부는 검사를, 사법부는 판사를 임용하는 제도로 바뀌어야 한다. 행정고시 역시 행정부 내의 각 부처가 독자적으로 계약직 공무원을 채용하는 것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즉, 임용제도에 의한 고시제도의 대체는 제3의 경쟁기회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의과대학원은 폭넓은 자연과학을 공부한 전국의 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각 의과대학원에서 입시선발을 할 수 있다. 경영대학원도 폭넓은 인문·사회과학을 공부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각 경영대학원에서 입시선발을 하면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전문대학원 제도는 학문의 균형발전을 도모한다는 차원 이외에도 미래를 책임질 고등학생들에게 제2의 경쟁기회를 부여할 수 있는 제도로 적극 추진되어야 한다. 미국의 고등학생들 역시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을 1차 목표로 삼지만 대부분은 좋은 전문대학원에 가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교육 정상화에 비용 절감까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고등학교 시절의 과외공부보다는 대학시절의 전문대학원 준비에 더욱 주력하게 된다. 각 전문대학원들은 전국 규모의 공통적인 적성 및 학력고사 외에도 학부의 성적과 교수추천, 직장경험 등을 고려하는 폭넓은 선발기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제2, 제3의 경쟁기회를 부여하는 전문대학원 제도의 확립은 일반대학의 교육정상화를 촉진하고, 이는 다시 고등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유도할 수 있다.
또한 지금과 같이 경쟁을 회피하려고만 하는 각 대학의 입시제도를 ‘제2, 제3의 경쟁기회’를 부여하는 제도로 전환시킴으로써 과외나 재수에 투입되는 엄청난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교육제도의 개편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중장기 경제정책임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표학길(서울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