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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쉬운 부동산]아파트 청약률은 거품…현혹되면 낭패

입력 | 2001-06-11 18:41:00


‘100% 분양, 성원에 감사 드립니다’, ‘청약 경쟁률 수백대 1, 뜨거운 관심에 감사 드립니다…’

분양철이 되면 신문광고와 길거리 플래카드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문구들이다. 내용대로 보자면 완전히 ‘매진’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감사 광고나 전단의 아래를 살펴보면 의아해진다. ‘최고의 요지, 높은 투자가치, 문의 전화는 000’ 등 분양 광고나 다름 없는 내용이 덧붙어 있다. 좋은 상품이니 사라는 얘기다. 분양이 끝나 더 팔 물량이 없는데 무얼 사라는 것일까. 그럼 분양이 덜 됐다는 의미일까.

‘분양률, 계약률, 청약경쟁률’.

얼마나 팔렸는 지를 나타내는 용어들이 소비자들을 헷갈리게 한다. 업체들은 이 용어들을 활용해 분양률을 부풀리고 있다. 결국 아파트의 인기는 과장될 수밖에 없다. 수십 수백대 일의 청약 경쟁률만 믿고 웃돈을 주고 분양권을 샀다간 낭패를 보기 쉽다.

지난 해 분당에서 공급된 A아파트. 초기 청약경쟁률이 5대1을 넘었다. 100가구를 공급했다면 500명이 아파트를 분양받겠다며 청약을 한 것. 이 아파트 분양을 담당했던 업체 관계자는 “그러나 초기 계약률이 27%에 불과했다”고 털어놓았다. 500명이 청약을 했는데 27명만이 계약을 한 셈.

이쯤 되면 청약경쟁률은 의미가 없다. 웃돈을 노린 투기꾼들이 청약만 한 뒤, 웃돈을 얻을 수 있는 로열층에 당첨되지 않으면 계약을 포기한다. 분양률은 말 그대로 얼마나 분양이 됐는 지, 얼마나 팔렸는 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청약자들 가운데 실제로 분양받을 의사가 없는 투기수요자가 많다면 청약률로 분양률을 예측할 수 없다. 계약률만이 진정한 분양률인 셈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이장원씨는 올 초 서울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 분양권을 웃돈을 주고 샀다. 수십대 1이었던 청약경쟁률에 마음이 끌린 까닭.

이씨는 얼마 후 모델하우스를 방문했다가 속만 상한 채 돌아왔다. 자신이 산 아파트보다 더 좋은 층이 미분양으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씨와 같은 사례는 일반 아파트보다 주상복합이나 오피스텔에서 자주 나타난다.

높은 청약경쟁률만 보고 상품의 가치를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요즘같이 청약률에 거품이 많을 때는 더욱 그렇다. 계약률이 정확한 분양률이지만 업체들이 알려주지 않는다. 주변 시세, 분양권 거래 현황, 입지여건 등을 꼼꼼히 살피고 분양을 결정해야한다.

libra@donga.com